매거진 느림보

부럽지가 않아

by 그럼에도

세상에 제일 다루기 어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건 바라는 게 없는 사람이다.


타인의 마음,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이런 질문이 생겼다.


'나는 왜 그렇게 타인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쉽게 휘둘렸을까?, 다다는 어쩌면 그렇게 멋지게도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을까?'


그런 나의 오랜 질문에 답을 얻었다. 바라는 게 있는 나는 쉽게 휘둘리기 좋았고, 바라는 게 없는 다다는 그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타인의 인정을 바랐다. 누구와도 충돌하고 싶지 않았다. 인맥도 얻고 싶었고, 평판도 갖고 싶었다. 다다는 전혀 바라는 게 없었다.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없고, 그저 두루두루 적당한 사이, 적당한 거리 유지가 있었기에 가장 어린 나이에도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그에 반해 나는 누구에게나 만만한 사람이었다. 최근 몇 년 이런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지만 만성질환 같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아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콜드플레이xBTS ‘My Universe’



오늘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유부로서 오랜만의 외출 허락에 기쁜 나머지 거한 술자리 모임을 만드는 전화였다. 오랜만의 만남에도 단칼에, 한 번에 거절했다. 상대는 당황했다. 예전의 스케치북에게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나 역시 늦은 시간 술자리는 당황스러웠다. 오랜 시간 칩거 후유증이 불러온 낯선 느낌.


나의 변화를 알리 없는 몇 년간 얼굴 본 적 없는 지인이었다. 물론 이 소식은 곧 여기저기에 알려질 것이다. 나이 먹더니, 성질 더러워졌다고 소문이 나겠지. '그래서 결혼을 못했다는' 막말 레퍼토리는 이미 주기도문처럼 당사자인 나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소문이 두렵지 않다. 평판도 두렵지 않다.


나 역시 바라는 게 없다. 누구에게나 칭찬받는 쉽고 만만한 존재가 되느니, 욕먹는 어려운 사람이 살기 좋다는 것, 편안한 삶의 질을 만끽하고 있는 지금이다. '프로참석러'로 참석해도 듣기론 뒤에서 욕을 먹었다. '놀기 좋아하니 결혼을 못했다'면서... 참석해도, 참석하지 않아도 나에 대한 험담 스토리는 늘 결론이 같았다. (고로 나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됨을 의미한다)


주홍글씨처럼 미혼이라는 단어를 욕처럼 사용할 사람들에게 나의 배려, 시간, 에너지, 돈은 고이 아끼기로 했다. 바라는 것이 없다는 것은 엄청난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시간을 현재의 새로운 활동에 쏟아붓고 있다. 외로운 적은 있지만 심심할 일 없는 현재의 삶.


내 시간을 함부로 빼앗으려 드는 사람에게는 무섭게 방어하리라. 유부에게는 어쩌다 얻는 자유겠지만 미혼에게는 널려 있는 자유이지만... 굳이 유부에게 나의 일정을 희생하면서까지 맞추지 않기로 했다. 만약 내가 자유가 그리워지는 날이 온다면 지금의 나를 후회하겠지만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삶이라면?


나는 누군가에게 내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양보한 오늘을 후회할 것이다. 그동안 타인을 배려하느라 언제나 나를 희생했다. 가장 쓸모없는 희생, 가장 의미 없는 것에 나의 오랜 시간을 바쳤다. 나를 배려하는 것이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이다. 고로 나는 누군가에 휘둘리기 어려운 존재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오랜 터널 같은 시간이 나에게 선물한 것은 '나'였다. 유일무이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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