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나만 없는 매뉴얼

by 그럼에도

오늘은 북카페 체험 2일 차가 되는 날이다.


첫날 우당탕에 이어서 오늘은 여러모로 순조로웠다.


미리 카드 결제 연습도 해보고 음료도 만들어 보았다. 첫 근무 때 제대로 보지 않았던, 더 정확히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카페 근무 매뉴얼’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 오픈부터 음료 제조, 정리 매뉴얼까지 세세히 적혀 있었다. 나 같은 초보 체험자를 위한 따뜻한 설명을 덧붙여서.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 인생의 문제는 매뉴얼이 없다는 것!


‘갈팡질팡, 이불킥, 안절부절, 두근두근’이라는 형용사로 나를 표현할 수 있다. 나침반이 없는 인생, 오도 가도 못하는 이유는 매뉴얼, 즉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불안감과 초조함, 소심함의 근원을 나의 정신력, 무지함으로 알고 있었는데 더 정확히는 철학의 부재였다.


오늘 밤하늘 맑음


같은 일에도 더 크게 반응하는 ‘신경초’ 같은 예민함으로 반응했다.


안되면 좀 망해봐야겠다!


재고 따지느라 결국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아왔다. 어쩌면 완벽했다. 절대로 실패하지 않은 삶.


재작년 ‘앱 만들기’ 과정 실패는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 내 인생 첫 번째 중도 포기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돈, 시간, 에너지 완벽한 실패였다. 나라는 그저 그런사람을 한눈에 보여줬다. 무능, 게으름, 무책임하기 직전 포기, 팀 과제 시작 전에 포기해야 민폐를 끼치지 않을 것 같아서 어쩌면 비자발적 포기일 수도 있었다.


2년간 금기어처럼 이런 시도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더 시간이 흘러보니 나름 괜찮았다. 실패, 실수 더 해봐야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머신러닝 수업을 듣는 용기는 코딩 실패 후에 생겼다.


말도 안 되는 용기, 무모함이 내 안에서 자라났다. 언제나 완벽한 조건, 상황을 꿈꿨다. 허황된, 있을 수 없는 일만 바랬다.

시행착오 없이 아무 일도 없이 살아서 지금이라면

앞으로는 시행착오를 일부로, 생각 없이, 사차원 느낌으로 살아봐야겠다.


나이와 맞지 않는다고 해도,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고 경고했던 동동이 같은 사람들 반대에도, 난 부디 그래야만 한다.


나이를 먹어도 세상의 이치, 재미를 모르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이를 거꾸로 먹는 사람이 어쩌면 나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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