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내 이야기가 영화가 될 수 있을까?

by 그럼에도

"각장의 슬라이드를 보면서 이야기 하지 말고, 내 이야기를 먼저 설계해라. 그다음은 하나의 아이디어에 어떤 슬라이드를 넣고, 그 슬라이드를 어떻게 표현할지, 강조할지를 정해라. 본인의 이야기를 영화감독처럼 바라보라"


PPT 스토리 설계에 관련한 영상을 보다가 강사님의 한 마디에 뭉클했다. 는 말씀에 뭉클해서, 영상을 보는 중간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


발표가 아닌 에세이만 보자면, 특히 브런치의 메인 화면에 자주 올라오는 결혼과 육아 이야기는 '결혼, 출산'이라는 인생의 대소사를 기점으로 인생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다.


나는 어떨까? 나는 위의 이야기에 해당 사항이 없으므로 주로 나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나 특정 사건, 나이를 기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PPT로 비유하자면 한 마디로 그때그때 슬라이드 한 장, 한 장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영화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성공한 사람이 주는 교훈이나 주변의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결혼과 육아라는 소재도 없고, 엄청나게 특별한 취향도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 딱히 B급 감성이라고 할만한 유머도 없고, 오히려 '고구마'를 떠올리는 순간이 많은데 어떻게 영화가 될 수 있겠어?



https://youtu.be/fZrm9h3JRGs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음악을 들었다. 우연하게 알게 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버전의 드뷔시의 '달빛'이었다. 같은 악보인데 피아니스트마다 다른 소리로, 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조성진이 연주하는 달빛, 손열음이 연주하는 달빛, 랑랑이 연주하는 달빛은 전혀 다른 마음을 갖게 한다.


손열음의 연주는 밤하늘 별과 달이 또렷하게 빛나는 밤, 조성진의 구름 가득한 하늘에 어스름하게 보이는 달빛, 랑랑의 연주는 동화 속 요정이 다가와서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달빛을 느끼게 해 준다. 같은 악보도 이렇게 다른 감성으로 풀어낼 수 있는데, 사람들의 인생은 각자 모두 다른 악보를 갖고 있다. 악보도 다르고 연주 방법도 다르다. 각자만의 다른 음악을 연주한다.


내 인생이 영화라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소재는 아니겠지만 나만의 감성과 어리숙함, 가끔은 행운이 있는 그런 달콤 쌉싸름한 감성의 영화이지 않을까?


살면서 가장 많이 읽고 접해본 책을 꼽자면 '자기 계발서'였다. 그 이유는 내 인생에 성공이 결핍되어 있으니까. 성공해서가 아니라 성공하지 않아서, 부러워서였으니까. 장기하의 노래 '부럽지가 않아'라는 노래는 왜 인기가 있을까?


사실은 '부러워서 그래~'라고 말해주고 싶다. 비교가 일상이고 문화가 된 세상에서 '부러움'은 고정값이다. 그런데 '부럽지가 않다는' 말을 나름 성공한 사람이 노래하고 있다.


지인 중 성공한 사람들 중 한 명의 이야기를 듣고도 쿨한 나를 보면서 누군가는 '정신 승리' 같은 단어로 평가 절하한 적이 있었다. 상황이란 것은 상대평가 같은 개념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말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쿨한 감성'으로 보일 수도 있고 '정신 승리'로 비춰질 수도 있다.


누군가의 인정에 목매는 세상에서 '부럽지가 않아~'라는 문장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오늘 나는 영화의 한 장면을 찍는다. 밀려 있는 숙제들을 모두 마무리하고, 오후 5시에는 공원 산책을 하는 서정적인 장면을~오늘 디렉터로서 나는 나에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꽤 괜찮은 마음과 감성이 살아있으니까.


빈센트 반 고흐 'The Starry Night'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았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거야.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 빈센트 반 고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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