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환생(되돌리고 싶은 마음)

by 그럼에도

요새 사람들끼리 모임을 잘 안 하는 게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져서 대면의 시기가 되어도 예전같이 모임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


듣다 보니 내 얘기였다. 같은 회사를 오래 다녔고, 처음에 너무 힘들었던 위계질서에 길들여진 사람으로 살았다. 3년 가까운 시기를 비대면, 웹 회의, 사람들과의 소모임 마저 피하고 살아온 결과, 지금 나는 회식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낯설다. 마치 그런 자리를 유튜브에서나 본 것처럼.


얼마 전 눈치 없이 협력사 직원 저녁 식사 자리에 함께했다. 이건 '먹방'을 눈앞에서 보는 유튜브 시청자 느낌이라고 할까? 사회생활이라는 이름의 회식과 '사회생활의 언어'로 무장한 '팀장님~좋아요~'느낌의 회식을 보는 나는 홀린 것처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맞은편 자리에 앉은 직원은 딱~예전 내 모습이었다. 사회생활이라는 멘트를 잘 못해도 회식 분위기에 충실한 그 모습은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과거의 나를 보는 기분이었다. '나 저렇게 살았구나'라는 마음과 다양한 마음이 섞여서.


팬데믹 기간 동안 나라는 사람의 엄청난 '내향성'을 깨닫고, 늦게나마 인정하게 되었다. '외향적'이지 못한 나를 채찍질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내향인의 장점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없는 걸 가지려 하지 않고 있는 강점을 더 키우는 방향, 전환점이 되었다.


정말이지, 사람들과의 저녁 모임이 낯설다. 프로참석러였던 내 과거 모습을 내 마음도, 몸도 잊어가고 있다. 대면의 시기가 되었지만 나 역시 비대면 세상의 문화를 장착했다. 예전엔 잘 보이지 않던 '꼰대 문화와 멘트'가 들리고 더 분개하기 시작했다. Z세대의 특성이라고 하던데, 나는 3년간 마음이 굉장히 어려졌나 보다.


마음보다는 피부가 더 어려졌으면. 좋았겠지만. 예전의 나를 기대하던 사람들의 실망과 비난을 전해 듣는다. 그런데 도무지 몸도 마음도 움직이지 않는다. 분명 혼자 있으면 사람이 그립다가도, 사람들을 만나는 날 며칠 전부터 가지 말까라는 마음이 발동한다.


가까이하면 멀리하고 싶고, 멀어지면 가까이 가고 싶다. 비대면 세상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25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던 실수 연속의 그 신입사원의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는 걸까? 그때 다시 돌아간다면 하는 상상을 수없이 하고 있다.


사람을 쉽게 믿고, 따르고 의지하던 연체동물 같았던 나를 버리는 상상, 남보다 나를 믿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 그때 그러면 안 되는 건데라는 후회가 왜 이렇게 커져버린 걸까?


중국 고전에 사람은 자기 나이에서 1을 뺀 만큼 후회한다고 한다. 엄마 배 안에 있는 시기를 제외한 모든 시기가 후회라고. 나이가 더 많아져서일까? 나이는 해마다 먹어왔는데, 요 근래 나이의 의미가 새롭다. 나무는 나이테의 크기만큼 성장하고 단단해졌는데, 사람인 나는 나이와는 다르게 25살 마음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것만 같다.


잘 나가는 것 같다가도 불안하고, 막막하다가도 아침이 되면 밝아진다. 요새 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과 후회를 한다. 그때 그 선택도 내가 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텐데. 미래의 나는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어떤 후회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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