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도피

by 그럼에도

나의 감정이 다운되는 것과는 정반대로 브런치 방문자가 갑자기 증가했다. 당일 발행 글 기준으로 ‘좋아요~’를 누른 횟수와 읽은 독자의 수가 비슷한 조회수 20 미만의 글이 이틀 전에 갑자기 900명을 넘어섰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당황했다. 브런치 메인 화면 어딘가에 글이 올라간 것 같았다. 나의 지질한 속마음을 알게 된 많은 분들께~ 소심한 감사와 당황스러움을 함께 전하며.


사람들과의 만남 대신 도서관으로 피서를 왔다. 일종의 도피. 만남에 조건이라는 특약이 생긴 것처럼 부담스러웠다.


누군가 대놓고 유부 vs 미혼으로 편 가른 것을 제외하고도… 다들 이직, 승진, 결혼과 출산으로 인생에 변화와 발전을 향해 가고 있는데 전과 똑같은 나는… 모임 참석 자격이 없는 것 같았다.


한 지인은 인맥을 위해서 모임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들 각 분야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이니까.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들에게 내가 인맥일까? 민폐가 아닐까?


주재원으로 나가는 사람, 임원 직전의 초고속 승진이 예약된 사람, 이미 임원이 되었거나 가정을 이루고 얼굴이 더 편안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 내 자리란… 사람들 대화를 조용히 경청하고, 칭찬하고, 밥값을 1/n 하는 것 외에 역할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드라마로 치면 ‘지나가는 행인 1’ 정도에 해당하는 엑스트라다. 과거에 있었던 추억은 어차피 지난 일이고, 이미 관심의 대상이 아님을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아도 느낌적 느낌으로 알고 있다.


더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행복한 대화 사이에서 지금 나이(?)에 진로를 고민하고, 감원을 앞둔 우울한 상황을 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거기다 3년 가까이 술을 멀리 했더니, 알코올 분해 기능이 완전 퇴화된 나의 간~ 을 말했다가는 술 모임의 분위기만 가라앉힐 게 뻔했다.


나라는 사람은 이제 어디에도 낄 수 없는 모난 돌이 된 것 같다. 나 스스로는 과거의 나보다 현재가 좀 더 괜찮아졌음에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훨씬 더 불편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심리학, 인간관계 책을 끊임없이 선택하는 이유는?


나의 별로인 인간관계로 인해서! 3일째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은 절친을 손절한 이야기였다. 넓혀도 부족한 사람이 관계를 축소한다는 것, 가벼운 거절도 어려워하던 사람이 차갑게 돌아선 이야기였다.


오늘은 마음에 반창고를 붙이러 도서관에 왔다. 괜찮다가도 가끔씩 어두워지는 마음에 불을 켜기 위해서. 책은 조용하고 믿을만한 친구다. 언제나 의리를 지키는 듬직한 녀석.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한 자세를 취해보세요.
힘이 세지고 자신감이 솟아납니다.

- 김경일,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매거진의 이전글보물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