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집 나간 정신줄...

by 그럼에도

오래간만에 평온한 주말이었다. 정말 아무런 일정도 없고, '잠시 드라이브나 갈까?' 라며 생각하다가 정리해서 올릴 책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도서관에 도착했다. 에어컨이 켜진 선선한 곳에서 책을 보다가 메시지를 받았다.


헐~1시부터 책방 문 여는 시간인데, 이번엔 내 차례인데... 메시지를 확인한 시간은 오후 2시였다.


핸드폰 일정을 보니 분명 저장도 해놓은 상태였다. 그럼 왜 알람이 울지 않았을까? 오늘 나는 일정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잊었을 만큼 마음에 그 어떤 걸림돌도 없었다. 5분간 멍하게 서 있다가 메시지를 보낸 대표님께 솔직히 이야기했다. 일정을 까맣게 잊었고, 여기는 도서관. 도착 예상 시간은 40분 후...


분명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돈을 받고 일하는 곳이 아닌 무료 봉사이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신기하게도 목소리 톤 하나도 올라가지 않았다. 당황은 나만 했고, 나만 목소리가 떨렸다.


가출한 내 정신줄... 도대체 요새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건가? 사실 아무 생각이 없기도 했다. 바쁜 일정이 지나가고 나니,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늘어져서 팽개쳐져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멀티플레이를 아무리 노력해도, 연습해도 결론은 변함없이 불가능했다.


하나를 하면, 하나를 놓쳤고,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정신을 놓고는 한다. 오랫동안 기다린 아무 일정도 없는 주중과 주말을 거친 첫 일정을 이렇게 놓치다니... 대신 근무를 해주신 분께... 나로 인해서 맥주가 당기실 것 같아서 치킨을 보내 드렸다.


그런다고 나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출한 내 정신을 데려와야 한다. 운동을 멀리해서인지 체력도 정신력도 모두 정상이 아니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불안하다. 요새 시작한 과정은 시간이 지나도 긴장이 줄지 않는다. 오히려 더 불안해진다. 7월은 과정의 마지막이다. 이 불안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나를 시작하면 하나를 잃어버리는 나라는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건 체력, 명상, 불안을 글로 남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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