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라면 지금 날아다니겠다. 애도 없고, 무엇이든 할 수 있잖아.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거의 유부이다 보니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미혼의 자유, 그러니 지금 뭘 못한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오늘은 오픈 카톡방에서 만난 사람들과 ZEP이라는 공간에서 책모임에 참여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작은 소그룹을 형성해서 90분을 진행했다. 같은 방 소모임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고, 음성으로 대화를 해보니 모두 유부였다.
책 이야기는 금방 끝났고, 결국 NFT 관련 기사 내용을 이야기하다가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그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했다. "아니~결혼도 안 했으면서~ 성과도 안 내고 뭐했어요?"라는 말을 던졌다. (책은 NFT 내용이었고, 성과란 NFT를 발행 후 판매했거나 아니면 카카오 이모티콘이라도 판매를 하는... 가치 창출을 말함)
순간 당황했다. 시작은 내가 먼저였으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바쁜 가정생활 중에 NFT관련 강의도 듣고, 공부도 하시는 열정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한 건 나였다. 미혼인 나도 새로운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엄마인 분들이 더 열정 가득하게 활동하신다고 말문을 열었으니까.
이럴 때는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하는 건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미혼은 게으르면 안 되는 걸까? 난 게으르고, 느리게 움직이는 달팽이 성향인데…
솔직한 답변은 게으르고 미루는 습관이 있다고... 배우고 있지만 목표가 확실하지 않았다는 말을 차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없었다.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고 결국 시간이 종료되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책 모임을 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책을 읽지 않고 책모임에 참가한 분들과 90분을 대화하는 것도 새로웠다. 물론 중간중간 끊김이 있었기에 자동 쉬는 시간도 생기는 경험이었다.
어제, 오늘로 나의 무기력과 게으름을 자책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대면의 누군가가 던진 가벼운 한 마디는 울림이 있었다. 24시간이 모두 나를 위해서 쓸 수 있는데, 오로지 방해물은 나의 게으름과 무기력이었다. 엄마가 되면 똑똑해지고 열정이 넘치는 에너지가 생기는걸까? 이 방에 있는 사람들 중에 오픈씨에 판매도 하고, 전시도 하는 능력자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분의 줌 강의에서 들어보니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셨다.
만난 적은 없지만 이 방의 대부분의 구성원은 유부녀이다. 딱히 신상을 밝히지 않아도 프로필이 OO맘으로 시작하거나 아이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장면에서 알 수 있었다. 책에서는 요새 1인 가정이 많다고 하던데, 내 주변은 신기하게 오프라인, 온라인 세상이 기혼이 다수였다. 열정 넘치는 엄마들 사이에서 게으른 미혼은 이렇게 차이가 나고, 비교가 된다.
장마철~미루고 미룬 운동과 공부, 밀린 인강을 반성하게 만든 열정 엄마들. 비교는 과거의 나와만 하라고 자기 계발서는 말했지만 현실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비교의 순간'
오늘의 새로운 체험은 ZEP이라는 신세계. 줌으로 책모임은 2년간 진행해보았지만 메타버스 세상은 처음이었다. 낯설고, 그리고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다. 대화는 삭막했지만 새로운 놀이기구를 경험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잠든 나의 열정은 깨울 때가 넘었다. 벌써 6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면 하반기가 시작한다.
나는 뭘 했지? 뭐가 달라졌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