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p. 139
이 '불가피함'에는 응분의 결과가 따르리라. "어째서 당신은 나보다 로제를 더 좋아하는 거지? 그 무심한 사내의 무엇이 내가 당신에게 매일 바치는 이 열렬한 사랑보다 낫다는 거지?"같은, 언젠가 시몽이 그녀에게 던질 질문들, 고통당하는 입장에서 응당 제기할 만한 질문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로제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녀는 지레 겁에 질렸다. 그녀는 로제를 가리켜 '그'가 아니라 '우리'라고 말하게 되리라.
왜냐하면 그녀로서는 그들 두 사람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육 년 전부터 기울여 온 노력, 그 고통스러운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바로 그 자존심이 그녀 안에서 시련을 양식으로 삼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로제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하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로제는 그녀에게서 언제나 빠져나갔다. 이 애매한 싸움이야말로 그녀의 존재 이유였다.
'매몰비용'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 즉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을 한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하며 함몰 비용이라고도 한다.
경제학 용어 중 '매몰비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어쩌면 주인공인 여성, 폴에 있어서 오랜 연인인 로제와의 관계란 이 단어가 맞지 않을까? 로제를 만나는 동안 폴의 일방적인 노력과 사랑은 경제학 용어로'매몰비용', '매몰 시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 연인이자 바람둥이인 '로제'와 새롭게 다가온 연인인 14살 연하의 순수한 청년 '시몽'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 폴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은 솔직하게 당사자인 폴의 마음을 이렇게 적어놓았다.
두 남자를 굳이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익숙함'이라는 단어와 새롭고, 아름답지만 '낯섦'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싶다.
어려운 선택지가 놓여질 때면, 우리는 익숙함이라는 틀과 매몰 비용을 먼저 생각하고, 익숙함을 선택하는 답안을 고르곤 한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쳇바퀴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선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