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예약이 늦어서 지금은 입석으로 가는 길이다. 객실에 앉아서 갈 때와는 달리 통로에서 보이는 풍경도, 장면도 달랐다.
갑자기 승무원이 바쁘게 오고 갔다. 내가 서 있는 자리 옆에서 마이크로 방송을 했다. 누군가가 기차에서 흡연을 한 것 같았다. 기차 내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비상 정차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니 흡연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바쁘게 승무원이 오고 갔다. 작은 체구의 여자 승무원은 어딘가로 연락을 했고, 흥분돼 보였다. 흡연 승객을 제압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두 명의 여자 승무원이 흡연자가 있는 통로로 급하게 걸어갔다. 체구와는 달리 뒷모습이 엄청 용감해 보였다.
내 뒤편에는 20대 초반의 남자 세 명이 서 있다. 승무원이 다가와서, 규칙이라서 흡연 신고 관련 서명과 전화번호를 요청했다. 대화를 들어보니, 최초 신고자였고, 흡연자를 피해서 여기 통로로 온 것 같았다. 그중 한 명은 다부진 체격의 군인이었다. 군인은 바로, 한 마디로 서명을 거절했다. 병역 의무 중이라... 그 옆의 친구도 신고만 하면 됐지, 전화번호는 알려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승무원은 설명과 설득을 했다. 방금 내렸던 오송역에서 흡연자를 경찰 인계한 것 같은데 신고는 있고, 증인이 없다니....
당황한 승무원, 그리고 바라보는 나... 승무원은 본인이 사건의 목격자가 될 것이고, 증인으로서만 전화로 확인 전화가 올 수 있으며 경찰이 아닌 SRT 사무실에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참을 몸을 꼬다가 결국 적긴 적었다. ‘과연 진짜 본인의 전화번호를 적었을까? ‘서명 후 일행은 왔던 반대방향의 통로로 급하게 이동했다.
목격자들은 다부진 체격과는 달리 소심했다. 반대로 작은 체구의 승무원은 용감했고, 과감했다.
보이는 것과 실제는 이렇게 달랐다.
생각해보면 내 주변도, 사회생활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비슷했다. 특히 화려한 스펙과 언변이 좋았던 B, C가 떠올랐다. 첫 만남에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얻었고, 본인도 본인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사람 중에 1년 이상 이미지를 유지한 경우가 없었다. 핵인싸는 언제나 목표가 분명했고, 주목받지 못하거나 책임감을 요하는 순간에 귀신같이 빠져나갔다. 짧은 시간 속에서는 다이아몬드 같았고, 긴 시간 안에서는 그저 까만 흑연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앞뒤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내면보다 외면을 중시했던, 조건이라는 포장지에 쉽게 현혹되었던 나를 깨우쳐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B, C였다. 주목받지 못하고 책임을 지는 순간을 빠져나간 뒷자리 일을 내가 감당했으니까.
입석, 통로 칸에서 사회생활을 떠올리며... 다음엔 빠른 예약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