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라는 사람은 글쓰기 전과 후를 비교하자면 현실 상황은 동일했다. 차이가 있다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만 있을 뿐. 나의 현실은 브런치를 시작할 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럼 나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걸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의 일부가 달라졌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한 번에 바뀌지만 나는 서서히 조금씩, 당사자인 나도 느끼지 못할 만큼 달라졌다.
무례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손절을 했고, 일부는 아주 멀리 거리를 두고 있으며 또 누군가와는 조금 가까워졌다. 가족들과는 조금 더 가까워졌고. 나의 만성 고민이었던 인간관계는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더하여 글을 쓴다는 것에 재미가 생겼다. 공모전에 입상하거나 어떤 광고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만 나와는 다른 세계라 여겨졌던 글쓰기가 일상에 들어오게 되었다. 글을 읽기만 했지, 읽고 난 후의 마음을 글로, 문서화한다는 것, 어떤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에 흥미가 생겼다. 그렇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그런데
지금은 재미가 아닌 인생을 위한 글을 써야만 한다. 그 글은 '자기소개서'이다. '내가 왜 이 직무에 지원하는가'라는 글을 써야만 한다. 삼일째 어떤 글도 쓰지 못했다. 머릿속 생각이 뜬 구름처럼 멀리 떠나기만 한다. 무거워지는 부담감, 얼마 남지 않은 날짜가 그랬다.
브런치에 글쓰기는 너무나 쉽게 써지는 데 왜 공식적인 자리에 나를 알리는 글은 이렇게 어려워할까? 재미로 쓰는 글은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인생이 걸린 글에는 노트북도 열지 않고, 마인드맵을 공책에만 적고 있다.
주변에 믿을만한 동료 두 명에게 물었다. 나의 장점은 무엇인지?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스케치온은 어떤 어려운 개념도 쉽게 설명해.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쉽게 잘 내고."
다른 한 명은 말했다. "넌 발표는 잘하는데, 너무 단순하게 설명해. 개념 설명 말고 이번엔 상황을 이름, 시기, 분야를 세세하고 분명하게 설명해봐."
같은 상황을 두 사람은 전혀 방식으로 보고 있었다. 팀 내에서 발표를 잘하는데 누군가에겐 어려운 개념이 쉬웠고, 누군가에겐 더 자세한 상황 묘사가 부족했다는 그런 말이었다.
누구 말이 지금 상황에 더 적합할까? 두 사람의 피드백은 당사자인 내가 봐도 모두 인정이었다. 어려운 개념 설명에는 평소 나의 발표 스타일이 적합했다. 하지만 이번 자기소개서는 자세한 사례 중심의 설명이 필요하다. 근거 기반하여.
'나는 누구인가' 그동안 회사가 몰랐던 스케치온이라는 사람이 왜 이 일을, 새로운 직무를 맡겨야만 하는가?'를 설득해야만 한다. 브런치에 적은 글은 나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글이었다. 지금 내가 써야 하는 글은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글이다.
글의 성격이 다르니 나는 평소와 다른 스타일의 문장을 써야만 한다. 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생력이 떨어지는지를 절감하는 요즘이다. 이직이 빈번한 세상에 '자기소개서'에서 막히는 는 사람이라니...?
스토리는 뇌를 자극하고
우리가 살면서 행동하는 방식마저 바꾼다.
- 뉴욕타임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