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도 많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도 많다.
문제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이 가진 것 보다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과학관에 다녀와야 할 과제가 생겼다.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다. 만약 다녀온 적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수학여행 코스 중 어딘가를 잠시 들렀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특별하고도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낀 공간이었다.
그런 과학관을 최근에 두 번을 다녀왔다. 한 번은 혼자서 과제하러 갔고, 두 번 째는 조카를 데리고 놀러 갔다.
과학관은 넓은 부지에 있는 만큼 시내에서 떨어진 외진 공간에 있다. 넓은 주차장이 반겨주고, 과학적인 느낌의 건축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에 진입하고 보니... 분명 어린이 과학관은 따로 있다고 지도에 적혀있는데, 일반 과학관도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하는 내용의 전시와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다수의 입장객은 어린이였고 옆에 보호자였다.
걷다 보니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혼자 두리번거리고, 사진을 찍고, 메모하는 나를 또래 여자들이 흘깃흘깃 바라보고 있었다. 옆을 둘러보니 성인들은 아이들 사진을 찍거나 체험을 위해 대신 줄 서고 있는데, 혼자 전시를 둘러보며 여유롭게 바라보는 내 모습은 '블랙 앤 화이트'처럼 대조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나처럼 혼자 걷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니?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그럼에도 원래 계획대로 건물 안을 꼼꼼히 둘러봤다. 대체적으로 오래된 전시였다. 얼마 전 '다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몇 줄 추가해서 영상에 넣은 것은 어려운 기술일까?
로켓이 위로 상승하는 엄청난 에너지의 원동력이 과학 시간에 배웠던 '작용*반작용의 원리'에 기인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수학 공식처럼 외웠던 그냥 암기한 법칙이 이렇게 쓰이고 있다니! 그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던 기본 원리가 로켓 엔진의 추진력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렇게 쉽고, 재밌는 이야기를 왜 과학 선생님은 해주지 않으셨던 걸까?
과학, 수학과는 담쌓고 살아온 문과 인생에게도 로켓의 기본 설명은 재밌었다. 그런데 설명은 짧았고, 예전 전시물이었다. 입장객의 두 번째 방문을 위해서는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였다.
두 번째 방문은 조카랑 함께였다. 조카랑 있다 보니 조카의 체험을 도와야 할 일이 있었다. 도르래 원리 이해를 위해서 의자 위의 밧줄을 잡아당기거나 적외선과 가시광선 체험 공간에서는 같이 소리를 지르거나 ㅎㅎ
두 번째 방문은 정신없기는 했지만 첫 번째보다 재밌었다. 역시 과학은 체험을 할 때에만 나와 관련 있게 느껴지는 공간임을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인은 내가 체험할 공간의 그다지 없었다. 초등학생인 조카는 행복해했으니 이것으로 소소한 만족을.
한 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슬로건을 영상에서 본 적이 있다.
나는 비슷하게 '성인을 위한 오프라인 과학 공간은 적다'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어린이는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엄마, 아빠들의 열렬한 지지로 일정한 고객층이 형성된다. 성인은 과학에 관심 가진 사람이 적으니 분명 타깃 설정을 하기에 참 어려운 고객층이긴 하다.
날이 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과학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해진다. 팬데믹도 그렇지만 세상엔 가짜 정보와 뉴스가 넘쳐난다. 문해력도 부족한데, 이런 유사 과학까지 걸러낼 능력은 전무하다.
성인이 되면, 어른이라고 불리는 중년의 나이가 되면 저절로 현명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알고 있던 소수의 지식은 과학관의 옛날 기획전처럼 낡아서 쓸모가 없어졌다. 거기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나라는 사람은 어째 뒤로 후진하는 것 같다. 관심 갖고, 배우고, 공부하지 않으면 중간도 가지 못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문과 인생에도 과학은 필요하다. 내가 갖고 싶은 건, 되고 싶은 건 하이브리드! 두 영역을 넘나드는 사람이다. 그렇게 살아도 세상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 만나면서 다양한 나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희석시켜야 한다.
나는 전보다 투명해지고 싶다. 생각도, 자세도, 인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