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온씨는 목소리에 좀 진심을 담아봐요. 목소리만 높이지 말고.
어제는 연극반 수업의 종강일이었다. 선생님은 소리만 높이지 말고, 대사에 감정을 실어서 전달하라는 피드백을 주셨다.
1월에 시작한 연극반 수업을 등록하면서 나의 목표는 연기보다는 발성이었다. 복식호흡을 하면서 안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수업을 들으면서 호흡보다는 목소리 톤이 너무 낮은 점이 문제였다. '고음불가'는 노래방에서만 문제가 아니었다. 연극 공연에서도 음의 폭이 적은 나는 대사 전달에 문제가 있었다.
9개월의 시간 동안 목소리를 고음으로 올리는 것에 더 집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늘 열심히 참여하지는 않았다. 어떤 날은 몸이 피곤해서, 어떤 날은 왠지 수업에 집중이 안돼서, 어쩌다 하루는 집중이 잘 되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처음보다 목소리 톤은 한 층 더 높아졌다.
그런데 다음 문제가 생겼다. 이번엔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지 않는... 진심이 아닌 연극톤의 목소리가 되었다. 연극 속 인물의 목소리가 아니라 발성에만 충실한 목소리가 되어버렸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소울리스좌'라고 하는 유행어처럼. 예전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하나를 얻으니 하나가 사라지는 것 같다.
그런데 목소리에서만 진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사실 근 두 달의 시간 동안 마음속 진심(?), 단단한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 사실 나의 일상은 겉돌고 있다. 무엇 하나 집중하지 못하고, 구름 속을 걷는 것처럼 둥둥 떠 있다. 다시 익숙한 게으름 속에서 살고 있다.
한여름 내 마음을 흔들던 불안이 걷혀서, 이제 안정기가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겉돌기 시작했다. 나라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 이제야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바쁜 시기, 혼란한 시기를 지났으니 잠깐만 쉬어보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간이 길어지니 게으름, 무기력, 겉돌기 코스를 진행하고 있다.
바람이 차가워진 가을날 밤, 연극 무대의 커튼이 열린 것처럼 다른 장면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 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 선 순간, 나는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