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게으르지만 콘텐츠로 돈은 잘 법니다'라는 책으로 모임을 했다.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남기자면 '나의 관심사 또는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부터 콘텐츠는 시작한다. 비록 표현의 방법이 블로그, 유튜브 등등으로 다를 뿐.
그렇게 책모임을 한 다음날인 오늘, 나는 과일나무를 키우는 아빠의 일손을 돕고자 집에 왔다가... 어이없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수확기의 과일을 훔쳐간 도둑이 등장한 것이다. 농장과 가게를 병행하는 아빠의 생활에서... 이틀간 방문하지 않은 기간 동안 200만 원가량의 과일이 사라졌다. 처음이었다. 올해는 작년과 반대로 풍작이었는데, 수확의 기쁨을 도둑이 누리다니...
아빠는 오늘 아침에 알게 되었고 오늘부터 밭에서 잠복근무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건 아빠의 생각이었다. 나의 생각은 달랐다. 어제 읽은 책의 영향이었을까? CCTV도 없고, 인적도 없는 그곳의 범죄를 잡는 것도 무리이고, 그런 곳에서 60대 남자인 아빠가 보초를 선다 해도 사람이 다칠 위험이 더 컸다. 나는 어제 읽은 책처럼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기록을 남기는 장소는 경찰서였고, 사건을 접수했다.
가로등도 없는 밤 10시가 다 된 시간에 경찰관 두 분이 현장을 방문했다. 화를 내고 열내던 아빠는 경찰관 모습에 어떤 마음의 위안을 얻으셨던 걸까? 사건과는 관계없는 농사 얘기를 하고, 과일을 따주며 먹어보라고 하시고... 코미디 빅리그에 나오는 '충청도 버전 개그' 느낌이었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코미디 느낌이랄까?
1년간 고생을 한 보람의 1/5이 날아갔다. 그것도 이틀 밤만에. '기록의 쓸모'라는 책의 제목처럼 기록은 쓸모가 있을 것이다. 막내 삼촌 느낌의 경찰관님은 3주간 순찰을 돌기로 약속하셨고, 아빠는 잠복근무 대신 새벽 기습 근무를 하기로 마음먹고 가게에서 3주간 숙박을 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수확철 도둑 이야기는 뉴스로만 보았는데 그게 우리 집이 될 줄이야?
도둑은 영악하게도 두 종류의 나무 중에서 요새 인기 많은 품종의 과일만 선택적으로 수확해갔다. 누굴까? 아는 사람일까? 아니면 근처의 24시간 낚시 중인 사람의 일부일까? 누가 되었건 수확량과 방법이 계획적이었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오늘부터 사건은 기록이 되었고 다음의 누군가가 잡힌다면 가중 처벌이 될 것이다. 사관이 왕의 옆에서 기록을 남겨서 우리가 역사를 알게 되었듯, 블로그의 콘텐츠가 누군가의 자산이 되고 직업이 되었듯이, 오늘의 사건 기록은 누군가의 범죄 기록이 될 것이다. 기록은 콘텐츠가 되고, 역사가 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 기록의 쓸모를 적는다. 내가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게 되었고, 일상의 문제를 피하지는 못해도 해결해가는 과정이 되었다.
오늘의 나는 어떤 역사가 될까?
2022년 9월 30일 오후 11:55분에 쓰던 글이 10월 1일 오전 12:37에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