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 없이 살고 싶어요~"
어이없는 나의 2년 전 소개팅 멘트였다. 소개팅남으로 나온 사람의 직업은 변호사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대답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내가 했던 이 말과 어이없어하던 한 남자의 표정은 기억에 남아있다.
업보일까? 그때 이후 작년과 올해 나는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의 월세 계약 문제는 '노답'이었다. 법률구조공단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다녀온 나의 결과는 동일했다. 계약 기간이 명시되어 있고, 도의적으로는 집주인 잘못은 있지만 법적으로는 분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법 앞에서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그저 행운의 부적을 마음에 새길 수밖에. '하쿠나 마타타'
민법 어딘가를 찾아보고, 대법원 판례, 법률구조공단을 찾는 나의 수고로움은 헛수고로 끝났다. 운이 나쁘다면 샤넬백 하나를 거뜬히 살 수 있는 금액을 날릴 수도 있었다. 회사는 3년 전 나에게 인사이동으로 피곤함과 경제적 손실을 주더니, 이번엔 집 문제로 피곤함을 주었다.
서울로 돌아가기가 이렇게 힘든 걸까?
지방근무를 안 해본 여직원들도 많은데 '모성보호법'에 걸리지 않는 미혼 여직원인 나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안절부절,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비교를 하면 언제나 작아지는 나이기에, 비교 금지라 했건만 현실은 비교가 된다. 아,,,,내 월급이 더 작아졌다.
오늘은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마지막이다. 일 년 넘는 시간 너무나 감사했고, 뭔가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포카리스웨트의 파란색이 잘 어울리던 선생님에게 파란색 장미가 포인트로 들어간 꽃다발을 선물로 전해 드렸다.
다니는 동안 행복했고, 선생님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았다.
그렇게 나는 이곳 생활을 하나 둘 정리하고 있다. 오늘 셀프 책거리 행사를 했다. 동네에서 혼술을 해본 적도, 해볼 자신감도 없었다. 오늘 그런 용기를 가져보고 싶었다. 동네 맛집이기도 하고, 이사를 하면 왠지 여기 생각이 날 거 같았다. 후회가 남을까 봐 7시 반에 맥주 한 병에 오징어회 한 접시를 주문했다. 늘 손님이 몇 명 없었는데 오늘은 한 테이블을 제외하고 자리가 꽉 찼다.
헐,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래도 도전해보았다. 고독한 미식가 컨셉!
오늘 나는 부산에서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셀프 축하 자리를 가졌다. 3년간 고생 많은 나에게, 나는 맥주 한 잔을 선물했다. 아직도 남은 과제가 많지만,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성장하는 날도 오지 않았을 거다.
모두가 나를 등 돌린 것 같았던 그 시기가 지나면서 조금 더 단단해졌다. 도대체 인생 내공이 얼마나 쌓이려고 나에게 이런 피곤한 에피소드가 이벤트로 등장할까?
법률구조공단의 상담사는 말했다. '협상도 본인 능력이라고'. 집주인을 설득해서 다독이고, 몇 달치의 월세를 선물하는 센스를 알려주셨다. 물론 법에는 없지만 관습적으로 행하는 센스에 대하여.
법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하지만 지금 집주인은 나를 장난감으로 여기면서 계속 놀리고 있다. 건너 건너 듣게 된 변호사의 조언은 영악한 집주인들의 고전적인 수법이라고 했다. 억울하지만, 어이없지만 어쩔 수 없으니 모든 노력을 거두라고 했다.
나 역시 태어나서 처음 법률구조공단이니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두 군데를 다녀오고 나니 깨달았다.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면 억울해도 감당하는 수밖에. 그러니 누가 그런 계약서를 썼어? 이건 다 네 잘못'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부드러운 표정과 언어로 들려주었다.
이건 모두 스케치 온이 사인한 결과물이라고.
오늘은 새로운 스토리를 만든 날이다. 법률상담을 받아보았고, 피아노 학원의 마지막 수업과 작별인사, 동네 맛집에서 혼술 하기~세 가지 미션을 완료한 날이었다.
어제 나는 부동산 거점으로 보이는 몇 군데를 돌면서 2~3배의 복비를 주겠다면서 집을 홍보했고, 오늘은 법률상담을 받았다. 시크릿 책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의 기도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모두 해보기로 했다.
어디서 어떻게 잘 될지 모르니까. 집 문제에 인사이동, 회사 워크숍 일정으로 마음에 지진이 일어났다. 정신없고, 바쁘고, 어딘가 불안하고. 이 시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고를 수만 있다면 부동산 계약 시, 집주인까지 고르고 싶다. 집주인은 11달의 월세를 보험처럼 갖겠다는 그 마음, 시세보다 비싸게 올려서 다음 계약을 막는 행위를 규제할 수 없다니... 여하튼 계약서 사인은 신중해야 한다.
- 지방 근무 37개월 그리고 남은 11개월의 월세와 너덜너덜한 나의 멘털에 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