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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Nov 04. 2022

숨겨진 보물찾기

 깊어가는 가을을 온몸으로 느껴보기~


 냉장고 속 숨은 보물을 찾아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보기~


 오늘의 소확행이다.


 오늘은 인수인계 중에 선배님 말씀은 평소와 달랐다. 내가 알던 그 선배가 아니었다.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할 만큼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랬던 선배가 삼 년간의 시간 동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이들의 성장, 회사의 구조조정, 개인적인 문제, 코로나 시대로 인한 재택 시간이 늘면서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선배처럼 단란한 가정을 이루지 않았지만 나 역시 지난 3년간의 변화가 내가 살아온 나머지 시간의 변화보다 컸다. 사람들은 큼지막한 사건과 사고가 있어야 가던 길을 뒤돌아보고, 멈추고, 생각하는 마법이 시작되나 보다.


 선배는 마지막에 한 마디를 하셨다.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는 두 분의 이야기,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회사의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가까이 있는 것을 소중히 하라'는 말씀을 주셨다.


 요새 나는 나의 사건과 환경에 집중되어 있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잊고 있었다. 나만 힘든 것 같고, 나만 피곤한 것 같고, 나만 억울한 것 같은 생각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바로 집으로 가기 아쉬운 마음에 어디를 가볼지 지도 앱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가보리라 했던 그곳을 지금 가기로 했다. 오늘이 바로 그 언제가 였다.

 민속박물관에는 나 혼자 있었다. 오래된 전시물이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 왕릉까지,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본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작아 보였다. 물론 그 안의 유물을 빼고 밖의 외형은 그랬다. 그래도 가을의 단풍과 하늘, 왕릉, 박물관 풍경은 한 폭의 화보였다.


 찌든 마음에도 햇살이 보였다.


 오늘 저녁 메뉴는 뭘 먹을까? 이번 주말 미션은 냉동실 탐험이다. 냉장실만 친하게 지냈지, 냉동실은 안쪽 깊숙이 쌓아둔 식재료를 잊고 있었다. 오늘 나는 가장 깊숙이에 있는 어묵을 찾았다. 떡볶이에 넣으려고 산 건데, 일 년도 넘게 냉동실에 겨울잠을 자고 있었다. 깊숙이에 멸치도 함께 보였다.

 오늘 저녁 메뉴는 냉장실 감자와 냉동실 어묵 그리고 멸치가 주재료였다. 유튜브를 검색하고, 남은 '불고기 양념'을 감자 어묵조림에 아낌없이 넣어줬다. 우와~요리 유튜버님의 추천은 최고였다. 떡볶이 대신 어묵 감자조림으로 입 안에서 행복을 느꼈다.

 잠시 내 안, 내 주변의 작은 보물들을 찾고, 만들면서 근 한 달 동안 내 마음에 꽉 차 버린 고민을 잊어버렸다.


 내 안에 가득한 불안, 우울, 고민과 잠시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몇 시간이 행복했다. 그렇게 소확행 하는 금요일 오후와 밤이었다. 사건은 내가 고를 수 없지만 사건에 대한 해석은 내가 고를 수 있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사건 사건에 새로운 양념과 소스를 추가해 주었다.


 스케치온의 상큼한 일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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