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뜬금없이

by 그럼에도

다시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시작은 지금 집의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것이다. 아직 계약 기간이 1년이 남았다. 집을 내놓았지만 생각보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적었다. 근처에 새로 지은 아파트도 입주자를 찾지 못해서 가격이 낮아졌다고 한다.


오늘 집을 보러 온 사람은 집의 여기저기를 꼼꼼히 살피며 불만을 이야기했다. 여기에 사는 나 역시 똑같이 갖고 있던 불만이었다. 작년에 이 집을 계약할 때는 마침 집이 없었다. 마음에 꼭 들지는 않았지만 거의 묻지 마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단지 전체에 두 집이 있었다. 그것도 한 집은 바로 사라졌다.


같이 집을 보러 온 부동산 사장님도 나에게 한마디 덧붙이셨다. "그때 이사할 때, 집주인에게 말했어야죠"


처음 집을 보러 온 부동산 사장님 역시..."집을 원하는 만큼만 계약했어야지. 왜 2년을 계약했냐고?" 물으셨다. 모든 잘못의 화살이 나에게 돌아왔다.


그때 나는 마음이 조급했다. 전에 살던 집에 꽤 익숙하고 정이 들어서 재계약이 되길 너무 오래 기다렸다. 그러다 계약 기간이 두 달 남았다. 마침 바뀐 법령으로 다른 집들이 모두 계약이 연장되면서 나온 매물이 없었다. 그렇게 조급한 시간과 몇 개 없는 선택권으로 나는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같은 마음으로 계약을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인테리어는 아파트 준공 당시 그대로의 흔적으로 너무 낡았지만 위치도 풍경도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 뜨면 들어오는 풍경이 특히 좋았다. 얻은 게 있었고, 잃은 게 있었다.


같은 회사 월급을 받고 지방근무를 하면서 월급의 실수령액은 상대적으로 더 적어진다. 반려견과 동생 직장으로 완전히 내려올 수가 없었다. 즉, 두 집 살림이었다. 한마디로 재테크로는 꽝이었다. 나의 지방근무는... 경제적으로는 낙제점이지만 마음의 건강은 되찾았던 시간이었다. 사람들과 눈에서 멀어지고 마음에서 멀어지는 지방 근무.


'다들 잘 사는데 나만 왜(?) 이렇게 피곤하고 힘든 걸까?'라는 생각이 찾아왔다. 다들 행복한데, 나만 현실의 문제가 시시각각 찾아오는 것 같았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근처 공원을 두 시간 가까이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음악도 듣지 않고, 온전히 눈앞에 펼쳐진 풍경만 보았다. 나는 물 먹은 솜처럼 무겁고 혼탁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아침부터 보고 들었던 뉴스는 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나의 문제에 세상의 문제가 더해져서일까?


한참을 걷다가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젠 행복해볼까?


산책은 뜬금없는 소리처럼, 엉뚱한 생각이 스치는 마법을 부린다. 풍경이 예뻤고, 곧 있을 지역 축제로 아름답게 장식한 강가 조명은 따뜻하고 로맨틱했다. 영화 속에서 프러포즈의 한 장면에나 나올법한 공간을 걷다 보니, 내 마음도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 집에서 나올 때는 먹구름 같았다면 공원을 한참 돌고 나올 때는 새털구름처럼 가벼워졌다. 현실과는 달리, 마음만이라도 즐겨보기로 했다. 이 도시에 사는 나는 지금의 풍경과 재미에 몰입하기로 했다.


책 제목처럼 '운다고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고민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을 테니까. 무질서 속의 질서를 찾아는 게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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