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53%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이번 주부터 나 또한 53%에 포함되었다.
사람들과의 모임이나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고 살았는데 결국 집에서 감염되었다. 동생이 걸렸고 3일 후에 나 역시 양성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바이러스와 동거 중이다. 상태가 심각한 동생과는 반대로 훨씬 더 고연령인 나는 수월하게 바이러스와 지내고 있다.
가끔 목이 간질간질한 것이 호흡기에 바이러스가 집 짓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누군가는 나보고 이사 신고식이냐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렇게 다양한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부산 집주인의 갑작스러운 월세 인상으로 어렵게 구해온 예비 세입자를 놓쳤고, 그 후에 연락 온 사람까지 놓쳤다. 우여곡절 끝에 원래 조건으로 되돌아왔건만 이제는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빈 집에 월세를 내야 한다. 지금 사는 집은 분쟁 끝에 누수는 위층이 인정했으니 이로서 반절의 고비를 넘었다. 이제 한숨 돌리려고 하니 그다음엔 코로나바이러스가 나를 기다렸다.
아파도 입맛은 여전했다. 여전히 잘 먹고 있는데 딱 하나가 아쉽다.
주문한 인덕션이 열흘 넘게 오고 있지 않다. 물류파업이 시작됐고, 어제 협상이 또 결렬됐다. 예전엔 그냥 봤던 뉴스였는데 물류파업으로 인덕션이 오지 않고 있기에 파업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전자레인지로 해결할 수 있는 반조리식품만 열흘 넘게 먹고 있다.
목숨 걸고 파업하는 분들의 입장도 이해되고, 협상 대신 무조건 '명령'만 내리는 장관이 나오는 영상에서 분노가... 협상은 주고받는 게, 있어야 협상 아닌가? 무조건적인 명령은 요새 회사에서도 안 통하는 '라테가 말이야'방식인데... 엄청난 협상 테이블은 아니지만 집주인과 부동산 사이, 위층과 인테리어 업체 사이를 오고 가는 나는 양쪽의 입장을 찾아보고, 조율하는 일종의 협상 경험을 하고 있다. 물론 한두 번의 경험으로 세상을 다 알 수 없지만 '일방통행'같은 메시지는 어디에서도 일을 해결하지 못했다. 정부는 협상이란 걸 했으면 좋겠다. 큰맘 먹고 가스레인지에서 인덕션으로 바꿨다. 파업이 끝나야 인덕션도 만날 텐데 ㅠㅠ
뉴스를 보고 나서 반조리식품 배송 버튼을 다시 눌렀다. 요 며칠간 십만 원어치 반조리식품을 샀다. 물류 파업은 길어질 것이고 아마도 인덕션이 올 날은 아주 멀고 먼 날이 될 거 같다. 자취생이지만 평소 반조리식품이나 햇반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밥이며, 국, 반찬은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 하면서까지 열정적으로 요리했다. 코로나로 아파서 반조리식품을 먹는 게 아니라 인덕션이 없어서 먹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꼭 요리를 직접 해야 하는 건 아니구나'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고나 할까. 식비가 부담되기는 하지만 ㅠㅠ
뜻대로 이뤄지지 않은 내 인생인데, 요새 내 인생은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갔다. 원래도 특별한 계획이 없는데 요새는 조류에 몸을 맡기듯 흘러가는 대로 산다. 그럼에도 세상 뉴스를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남의 일이 내 일이 되는 세상이고, 세상의 어두운 소식도 결국은 알아야 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피하고 싶다고 못 본 척하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을 바라보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겁 많고 불안감 높은 나에게, 나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잘 걷고 있어. 힘들어도 내 인생이니까. 피곤해도 내 거니까. 그럼에도 이번 생은 단단히 살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