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내 생각보다 더 심하게 몰랐다.
이번에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투어를 제대로 했다. 그동안 집을 구하거나 알아볼 때 들어간 첫 번째 부동산에서 계약을 진행했었고, 이 또한 너무나 오래전 일이었다.
워낙 변화를 싫어하고 이사를 기피하는 이런 거북이 마인드는 나를 세상 물정과 담쌓고 지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 내가 3년 동안 두 번의 이사를 한다는 것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삼 년 전 집은 너무나 깨끗했고 이사하는 날까지 계산도 절차도 완벽했다.
일 년 전 이사한 집 분쟁으로 처음으로 다양한(열군데 가까이) 부동산에 들어갔다. 정말 다급하고 간절해서 들어간 것임에도 들어가기 전 한 번 숨을 고르고 들어갔다. 친절한 소수의 부동산도 있지만 정말 거래가 안되서인지 시큰둥한 반응도 많았다. 더 정확한 이유는 우리 집 시세는 시가라는 현재가와 달랐기에 딱 봐도 거래하지 않겠다는 부동산 소장님의 솔직한 반응이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들른 곳이었지만 공부는 공부였다. 친절한 부동산에서 한 마디씩 해주시는 말씀에서 세상 물정을 배울 수 있었다. 동네마다 선호하는 집이 있다는 것, 같은 집도 부동산 소장님의 말 한마디로 집을 구하는 사람이나 내놓는 사람이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 특히 우리 집 현 임대인처럼 '안하무인 스타일'의 사람에게 중재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재테크 트렌드도 배웠다.
지역 사회여서인지 임대인 이름을 아는 부동산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몇몇 부동산은 집주인 물건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동네에 매매가 잠겨서 아파트가 전세와 월세와 쏟아져 나온다는 것, 근처 새 아파트도 입주가 안돼서 공급이 많다는 등등의 소식을 알았다.
뉴스도 즐겨보지 않는데 부동산 몇 군데만 가도 세상 움직이는 느낌은 조금 알 수 있었다. 거기다 집주인과 거래가 많은 부동산 소장님 말씀을 통해 집주인 재력도 알 수 있었다. 집주인은 내가 사는 집까지 3채의 집과 상가 자리 월세 3~4개로 현금 부자라고 했다. 돈이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이 10만 원 올려가면서 이렇게 다음 계약을 방해하는 건, 오랜 거래 관계에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나처럼 처음 보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까? 집주인에게 월세 십만 원은 푼돈인데, 반대로 집 구하는 세입자들은 대개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는 내리고 싶어 했다.
집주인에게도 배울 점은 있었다. 집주인은 욕심은 많지만 계산이 빠르거나 동네 트렌드를 알지는 못했다. 다만 A부동산 소장님처럼 돈 감각 있는 소장님과 친하게 지냈다. 그렇게 매매 대신 월세로 돌리고, 상가 월세 등등의 재테크 집사님이 계셨다. 돈이 있어도 굴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데 있는 돈을 살뜰히 불려주는 부동산 소장님과 그렇게 수수료를 납부하는 집주인이었다.
집주인과 연락을 하고, 부동산 여기저기에 집을 내놓다 보니 집주인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알게 되었다. 전원주택, 부동산, 절에 다니면서 시간을 보내고 동네 산책을 하는 진정한 '경제적 자유를 이룬 자'였다. 인간적으로는 너무 싫지만 똑똑한 사람을 곁에 두면서 재테크하는 모습 하나는 배울만 했다. 현금 부자라면서 힘없는 세입자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지만...
부동산 중에서는 우직하게 물건을 소개하고 집주인에게 연락하는 소장님도 있었고, 집주인과 세입자 중간에서 접점을 만들고자 열심히 대화하고 한 번 더 고민하는 소장님도 있었다.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거래 방식이나 스타일이 달랐다.
집 주변과 옆 동네 부동산까지 열 군데 넘는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지만 이번 주 토요일에도 한 명도 집을 보러 온다는 연락은 없었다. 누수로 수리하시는 분만 CCTV로 보였다 ㅠㅠ
다시 되짚어보았다. 나 역시 옆동네 다른 아파트를 보러 왔다가 2,3층인 매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지금 아파트로 왔다. 폰을 들고 그때 내가 둘러봤던 아파트 상가에 있는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일요일이라 사무실은 문을 닫았지만 통화는 모두 연결되었다. 다시 두 배의 복비를 약속하면서 두 군데 부동산에 물건을 더 내놓았다.
언제쯤 하늘이 감동해서 나의 노력에 응답할까?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위한 나의 눈물겨운 노력은 경기도 이사 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목마른 사람은 우물을 찾거나, 우물을 파거나, 생수를 사러 가거나^^;; 움직이게 되어 있다.
평온한 일상이 간절하게 그립다. 아무 일이 없는 평온함을 해외여행보다 간절하게 바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