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언제나 헤어질 결심

by 그럼에도

새로운 달력으로 바뀌었을 때 많은 결심을 한다. 새해엔 공부, 운동, 다이어트 등등 그동안 못다 한 숙제를 한 보따리 가져와서 한 번에 이루는 상상을 한다, 굳은 결심을 한다, 올해는 1월 1일에는 새로운 마법이 시작되길 바라며.


지난주에 내가 시작한 일은 '헤어짐'이다. 폰에서 '유튜브 앱'을 삭제했다. 물론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로도 보기는 하지만 분명 보는 시간과 횟수가 반절 이상 줄어들었다. 얼마 전엔 '재벌집 막내아들'에 빠져 있었는데 이번엔 '더글로리'에 빠져 있으니 완벽한 헤어짐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옆 동네로 이사 온 것처럼 전보다는 멀어졌다.


새로운 일을 추가하기 전에 기존에 했던 일들 일부를 삭제하기로 했다. 그렇게 새로고침 후에 남은 시간과 공간이 생길 것만 같았다.


새해에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둘러싸인 환경과 시간에 떠밀려서 행동하는 나를 벗어나고 싶다. 24시간 생각할 수는 없지만 하루 잠깐이라도 폰을 벗어난 '생각하는 나'를 찾기로 했다. 폰을 가까이할수록 반대로 나와 멀어졌다. 분명 눈은 쉬지 않고 무언가에 빠져있는데, 마음속 빈 공간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이런 마음속의 모순을 인정하면서 새해 새로운 목표 세우기를 미루고 있다.


헤어져야 할 생활습관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의 일부와 언제나 헤어질 결심을 하기로 했다. 미련 없이 헤어질 결심을 하는 새해 첫 월요일이다. 헤어질 결심과 새로움을 한 세트로 선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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