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빠져들다

by 그럼에도

'재벌집 막내아들'이 끝나고 '더 글로리'에 몰입하고 있다. 처음엔 송혜교팬으로서 궁금했는데, 유튜브에서 짧게 줄여서 만든 스토리영상에 푹 빠져 버렸다.


연기를 넘어서 심리묘사가 재밌고 익숙하다.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연관되는 게 장면이 많았다. 내가 다녔던 초, 중학교는 농촌이라는 순박한 환경과는 달리 학교폭력이 무협지 장면처럼 벌어지던 곳이었다.


사춘기가 한창인 중학교 시절은 특히 그랬다. 교무실이 있는 건물과 1, 2학년 교실이 있는 건물은 다른 동이었다. 장소부터 완벽했다. 드라마에서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괴롭히는 장소가 체육관이었다면 내가 있는 곳은 교실이었다.


특정한 한 명을 지목해서 여럿이 괴롭히던 장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일어난 일들이었지만 아무도 말리거나 선생님께 알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완벽한 조건이었다. 특정한 한 명이 가해자에게 벗어난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 테니까.


주인공 문동은이 피해자가 되기 전에 다른 피해자 윤소희가 있었다. 윤소희가 죽고, 문동은이 자퇴하고, 그다음은 김경란으로 이어졌다. 가해자에게 이유가 있다면 심심하거나 돈이 필요하거나... 한 마디로 그냥 밥 먹고 담배를 피우는 아주 일상적인 거랄까.


학교를 떠나 사회인이 되었다. 사회에서 대놓고 폭력을 휘두를 수는 없지만 '일진(?)' 느낌 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편을 가르고, 본인이 나름의 리더가 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떻게든 무시와 해코지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 역시 학교 일진과 다르지 않았다. 드라마 속 일진 리더인 박연진과 그 옆 이사라, 최혜정, 손명오와 같은 가신 집단과 행동 대장이 있다.


또한 외면하는 다수의 사람들과 이 상황을 무마시키는 조력자까지도 드라마와 현실은 데칼코마니였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이런 일을 당할만한 어떤 문제가 있다는 '낙인' 역시도. 여론 플레이처럼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가해자의 말들이 사실이 된다.


혼날 만한 사람은 누가 정한 걸까? 과연 그 말들은 사실일까?


드라마 주인공 문동은 담담하게 내레이션을 한다. 가해자 연진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은 말들을.


그런 담담한 장면에서 다채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 드라마를 만났다.


그리고 오랜만에 생각하는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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