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쓰는 마음

by 그럼에도

어떤 힘이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을까?


작년부터 눈 여겨봤던 글쓰기모임을 이번에 신청했다. 참석하고 보니, 참석자의 대다수는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였다. 가장 바쁜 사람들이 가장 모이기 힘든 저녁 시간을 투자하는 힘을 무엇일까?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 글쓰기 수업에 모이는 걸까? 한 명씩 각자의 자기소개를 하고, 쓰고 싶은 글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반대로 나는 모호했다. 지금 당장 책을 내려는 마음도 아니었고, 쓰고 싶은 주제를 분명하게 정한 것도 아니었다.


현재는 또렷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글을 쓰면 쓸수록 자연스러워질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글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는 게 느껴진다. 글이 딱딱해지는 것인지, 마음이 딱딱해지는 것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글쓰기 수업으로 글에 동글동글한 부드러움을 더하고 싶어졌다.


글에 일어난 사실을 순서대로 쓰고 나면 '사자머리'처럼 정신없어지고, 느낌만을 적자니 '갈대'처럼 너무 가볍게 흔들렸다.


최근에 필명으로 적고, 주변에도 알리지 않은 이 공간을 아는 사람이 한 명 생겼다. 얼마 전에 올렸던 글감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브런치 검색으로 내가 쓴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때부터였다. 글을 쓰는 게 부담 스러워 것은.


브런치에 쓰는 것이 어색해졌다. 가까운 사람이 나의 일기장을 열어본 느낌이었다. 잘난 부분보다 잘나지 못한 마음을 모아놓은 공간이라서 더 뜨끔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런 마음을 적고 싶었다. 일기장을 들킨 마음,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 일상에 의미를 더하고 싶은 마음을 모두 쓰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모여서 글쓰기 수업까지 다다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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