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다 2無謀하다
형용사 앞뒤를 잘 헤아려 깊이 생각하는 신중성이나 꾀가 없다
- 네이버 국어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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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의 슬로건은 '무모하다'로 정했다.
3년 전, 이맘때를 떠올려 보면 나의 마음은 무겁다 못해 막막했다.
아무도 모르는 도시에서 혼자 살게 되었고, 그때 '우한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유튜브에서 본 뉴스는 너무나 무시무시했다. 저렇게 무서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혹시나 집에 있다가 무슨 일이 생겨도 스스로 119에 연락하지 못한다면... 이런 게 바로 고독사가 아닐까? 그런 불안과 걱정이 한데 뒤섞인 상태로 한 해를 시작했다. 그렇게 무겁게 내려앉았을 때에 만난 책은 양귀자의 '모순'이었다.
내가 갖고 싶었던 모든 것을 가졌던 주인공 진진의 이모는 '무덤 속 같은 평온'을 이기지 못해서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처음 읽었을 때는 주인공만 보였고,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주인공의 이모가 도드라져 보였다.
그때 마침 한 지인을 만났다. 오래도록 연락이 끊겼다가 만난 지인은 내가 갖고 싶었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단란한 가정과 건강한 아이, 경제적 여유와 시간, 그리고 차가 있었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을 실물로 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인의 일상에서 부러움을 느끼지 못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다음 브런치 카페에 출근하고, 동네맘들과 식사 후 아이들 픽업을 하는 일상이 매일 똑같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은 날을 보냈고 있었다. 특별히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저 아이들의 교육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했다.
같은 조건이라면 과연 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막막한 불안감과 책 한 권, 옆에서 바라본 지인의 삶이라는 요소가 더해진 결과물은 '무모함'이었다.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갖고 싶었다. 갑자기 생겨난 바이러스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하루하루 커져갔다. 늘 재고, 따지던 마음이 바이러스가 찾아오면서 느슨해졌다.
늘 가슴에 안고 있는 말은 '늦었다'였다.
어차피 지금 시작하는 모든 것은 내 나이에 다 늦었다. 뭘 시작해도 이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살아 있는 동안에 관심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자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때라도 재테크에 관심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때는 그저 '살아 있는 생동감'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배운 전공과 하던 업무와는 상관없는, 그저 단순한 호기심 하나로 도전했다. 코딩 수업도 머신러닝도 들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업을 이해하지 못했고, 실패했다. 시작할 때 마음과는 달리 과정과 결과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좁은 공간과 층간소음으로 망설였던 피아노를 샀다. 마침 공간이 넓어졌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야 한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배우는 과정이 생각만큼 즐겁지는 않았지만 결국 그 해 겨울, 책 한 권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가장 우울한 시기, 분노와 우울로 브런치도 시작했고, 혼자서라도 잘 살아보겠다면서 요리 유튜브를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해 보았다. 간장게장을 질리게 먹는 소원도 풀어보고, 뭐든 말도 안 되는 도전을 했다. 어쩌면 내가 나를 위해 살아본 첫 번째 선물 같은 시기였다. 나를 먼저 챙기고, 보살피고, 움직이는 일이 낯설고 신기했다.
코로나에 익숙해져 갈수록, 느려졌고 호기심은 약해졌다. 똑같은 일상을 자율주행차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익숙해진 마스크를 벗을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해제일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 다시 무모해지로 했다. 무모한 도전을 이어나가기로. 물론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을 것이며 스트레스는 심해지겠지만. 잃는 게 있어야 얻는 게 있었다. 삼 년 전 배운 교훈이 있다면 인생에 공짜가 없다는 문장이었다.
뭘 해도 늦은 나이, 늦은 시기, 누구에게 말해봤자 좋은 소리보다 싫은 소리가 많을 때에 나는 무모해지로 했다. 언제는 준비가 된 적이 있었나?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해질수록 두려움이 커져간다. 두려움은 새로움을 거절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늘 모자란 나에게, 나는 모자란 도전을 선물하기로 했다. 선물이 이름은 무모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