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온갖 잡귀가 몰려오는 시험 전 날

by 그럼에도

도서관이 문 닫기 두 시간 전에야 자리를 잡았다.


내일 오전은 사내 테스트가 있는 날이니까. 그런데 앉자마자 강렬한 인상을 가진 잡귀가 몰려왔다.


하나는 어제 있었던 경제관념 제로의 사람과 숨 막히는 대화 내용이었고... 나보다 더 대책 없는 사람을 옆에 두고 눈을 감고 있었다. 영리하다 못해 영악한 사람들 속에 이런 사람도 있다니. 세상에서 가장 대책 없는 사람을 보았던 어제의 장면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다른 하나는 얼마 전 들었던 '평판'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 직원이 나의 인상에 대해서 말했다. 굉장히 공격적일 거라고 들은 것과는 다르다는.... 의외로 책모임을 하고, 피아노를 치고.... 뭐 그런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전에도 나의 평판을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차마 그 소문이 무엇인지 묻지를 못했다. 물으나마나 목소리나 뉘앙스로 부정적인 것임이 느껴졌다.


한 회사에 십 년 넘게 다녔으니 아무리 숨어 있으려 해도, 티는 날 것이며 거기다 평판도 쌓여갈 것이다. 나란 사람의 평판은 어찌나 호불호가 강한지, 사내에 센 언니, 오빠들에게 단단히 찍혔던 전례도 있으니~ 나의 평판이라 함은 기대 이상일 것이다.


그래도 굳이 그런 이야기를 몇 번이나 말하는 사람의 심리는 뭘까? 나에게 그런 말을 전달하는 사람의 평판을 알아본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본인의 평판도 사내에서 괜찮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조심스러운 목소리와 비릿한 미소로 말했다. 소문과는 선배님 실제는 좀 다르다며.


그러면서 왜 사람(배우자)을 아직 못 만났냐며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와 내용은 예전 팀에서 노총각 직원에게 사람들이 배려인 척, 건네는 돌려서 비웃는 모습임을 금세 알아차렸다. 나의 멘털을 흔들려는 너의 정체는 뭘까? 언제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전 하는 나에게 빌런은 자꾸만 옆자리에 앉는다.


나의 멘털은 반강제적으로 이렇게 훈련에 훈련을 받고 있다. 남자들이 말하는 화생방 훈련이 이런 걸까? 독한 걸 알면서도 훈련 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눈물, 콧물을 쏟으며 참고 있는 이 자세가.


여하튼 나는 월급을 위해, 몰라서 모르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면서 자리를 버텼다. 그런 기억이 시험 전날에 왜 자동완성으로 떠오르는 것일까?


시험 때는 요새 멀리했던 독서도 재밌고, 딱딱한 경제 뉴스마저 재밌다. 그러다 책상에 앉아 있으니 불쾌했던 며칠 전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래~이건 모두 기분 탓이야. 스쳐갈 사람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곱씹는 이유 역시 시험공부가 하기 싫어서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글을 쓴다.


나에 대한 소문과 평판이 어쩌고, 저쩌고 간에~나는 회사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업무 스킬과 멘털 강화에 힘쓰자고! 아무리 평판이 좋아도, 나빠도 퇴사하면 아무 일 없이 사라지는 드라마 속 행인 1, 행인 2와 같은 사람들이니까.


이렇게 두부 멘털은 2월의 마지막을 시험 전날의 불안, 초조, 우울을 종류별로 느끼며 책상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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