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囊中之錐)
: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에게 알려짐을 이르는 말
- 표준국어대사전 -
중요한 발표가 끝났다. 그리고 한 고비를 넘어서 나머지 한 고비를 넘고 있다. 이제 한 고비만 남기고 있다. 짧은 2월은 이렇게 회사 일정으로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중요한 일정을 지났음에도 마음이 후련하기보다는 표현하기 어려운 뭉클함을 남겼다. 기존 직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더 잘하지 못했음이 아쉬웠다. 본인이 한 것보다 더 잘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있는 그대로의 괜찮음이 드러난 사람도 있고, 그냥 그런 사람도 있었다. 그냥 그런 건 나였다.
한 마디로 밀렸다. 말이 발표지, 이건 기싸움이 아닌가 싶었다. 거기다 나도 몰랐던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몇몇 직원이 참여 중이었다. 난 왜 여기에서도 열외인 걸까? 나의 모자람이 눈앞에서 보일 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저 그런 발표보다 눈앞의 현실이 더 별로였다.
결론은 나라는 사람은 표현과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니 열정과 노력이 깊어져야 표현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낭중지추'라는 말처럼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람이 될 때까지.
과거에 '낭중지추'로 느껴지는 사람 B가 있었다. B는 원색의 강렬한 의상과 화려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오락반장 같았다. B가 오면 주변 공기마저 화사하고 달콤해지는 기분이었다. B의 입담과 센스는 타고난 재능과 에너지였다. 외모와 분위기는 정말 놀기만 좋아할 것 같았지만... 반전이 존재했다. 뭐든지 대충, 대강할 것 같은 느낌과 다르게 B의 공부도, 행사 진행, 회사 업무에 너무나 꼼꼼한 '완벽주의자'였다.
같은 회사, 같은 업계가 아님에도 B의 스마트한 포스는 느껴졌다. 딱 봐도 임원감! 예감처럼 B는 동기들 중 가장 빠른 승진을 기록 중이었다. B와 일 얘기를 하지 않아도, 그냥 하는 농담에서도 '상황 판단'이 얼마나 예리한지.
B의 재능과 에너지는 스쳐 가는 사람에게도 보였다. 그런 B를 사람들은 '낭중치주'라고 불렀다. 아무리 농담과 화려한 의상으로 시선을 가려도, 숨겨지지 않는 능력과 재능을.
원한다고 B의 에너지와 능력을 가질 수는 없지만 나는 내 분야에서 좀 더 찬찬히 상황을 들여다보고 에너지와 시간을 집중해야 한다.
기싸움과 같은 하루의 마무리에 정직원 시험을 앞둔 계약직 직원과 이야기를 했다. 낮시간에 느꼈던 감정의 정반대인... 평범한 하루에도 겸허히 감사해야 함을 느끼는... 마음의 롤러코스터가 진행된 하루였다. 간절히 정직원을 바라는 사람과 정직원임에도 나의 능력을 치열히 검증해서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을 열두 시간 넘게 바라보았다.
자리를 가지려는 사람도 지키려는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을 건너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루는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