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아
1. 명사 노엽거나 분한 마음.
2. 명사 의학 가슴 안의 양쪽에 있는, 원뿔을 반 자른 것과 비슷한 모양의 호흡을 하는 기관.
유의어 노여움 분노
- 표준국어대사전-
화요일에 있었던 사건, 그리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일어난 다리 붕괴 사건까지... 침울한 기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사기는 당한 것이 아니라 당할 뻔~했던 것인데, 어른들 말씀처럼 아직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작년부터 분쟁이 있었던 양아치할머니에 대해서 잠시나마 잊고 살려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고 있었다. 다시 상경을 하고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미웠다. 하지만 잊으려고 노력했다. 월세와 관리비 입금 날짜만 빼고.
그런데 할매가 다시 등장해서 또 이런 음모를 벌였다는 생각에 겹겹이 쌓아 올렸던 마른 장작에 불붙듯 분노가 시작됐다.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민감함이란 부동산 소장의 지나친 아부와 집주인할매의 지나친 협조를 포착하기에 좋은 현미경이었다. 하지만 일이 지나갔음에도 민감한 렌즈는 아직도 뿌연 상태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금의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단기임대를 원한 '손님'이라는 사람도 할매가 집에 들이고 싶은 친척이나 가족이 아닌지, 전대차계약을 빌미로 보증금을 노린 선수들의 계획인 게 아닌지 갖가지 생각이 몰려들었다. 그러면서 월요일에 들었던 말과 다른 화요일 부동산소장의 말이 교차되었다.
임대기간이 길게 남았으니, '전대차 계약 기간은 3개월'로 적었지만 더 길게 사는 건 어떤지를 물었던 통화 내용, 전대차 문구에 3개월 계약 기간을 넘길 시에 모든 책임은 현임차인(나)이 모든 걸 책임지라는 말'을 추가한 할매.
아무런 관련 없는 타인 3명이 모였는데, 뭔가 내용은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법률에 대해서 잘 알아서 찾아낸 것이 아니라 진행의 흐름이 지나치게 빨랐다. 일사천리 진행과 과장된 코미디 연기를 하는 배우들처럼 매우 어색했다.
사건의 진행 이틀과 그 후 속앓이 이틀을 보냈다. 오늘은 퇴근길 새로운 장소에 들렀다. 그곳은 스터디카페였다. 집에 책상 놔두고 이게 뭔가 싶지만 조용한 곳에서 머리를 잠시 비우고 싶었다. 수험생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폰이 아닌 책을 보았다.
처음엔 딴짓을 하다가 3시간 결제한 돈이 아까워서 점차 책 내용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서투른 공부란 걸 해보았다. 그렇게 나의 환경을 바꾸었다. 우울의 늪을 나와서 초원을 달리는 기분으로.
3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조용한 절간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나를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급속 충전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왔다. 다시 집에서는 낮에 본 철쭉꽃을 그려보았다.
처음엔 사건에 분노했다. 다음엔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이런 사기를 치는가'에 분노했고, 두 사람을 미워했다. 다시 외지인, 남은 계약기간, 싱글, 만만해 보였던 그 어떤 것이 합쳐져서 이런 일을 만든 게 아닌가 하면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렇게 나는 삼 일간 아팠다. 아픔은 오늘로 끝났다. 앉은 시간만큼 돈이었던 스터디카페에 다녀온 후, 에너지 레벨이 올라왔다. 사기꾼에게 '더글로리' 문동은처럼 시원하게 복수하는 생각도 할 만큼.
하지만 그런 마음도 곧 버렸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이긴다 해도 '영광'은 없을 테니까. 쓰레기 사이에 있는 나에게도 쓰레기 냄새가 배어들 테니.
그런 의미에서 형광 분홍의 찐한 철쭉꽃을 색연필로 힘 있게 그려보았다. 나의 봄은 이렇게 화사하고 생동감 있는 계절로 보내고 싶다. 화려한 분홍과 연두색 잎사귀의 보색 대비처럼, 나에게도 반전 있는 화사함이 다가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