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간에 후배는 말했다.
"선배님은 제 마음 모를 거예요."라고.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다이어트인데도, '나이 차이' 때문인지 간절한 본인의 마음을 당연히 모를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매너 좋은 후배였기 때문에 불쾌함은 없었다. 그저 아무리 노력해도 '세대 차이가 주는 거리감'이 있음을 확인했을 뿐.
그런데 나는 '너는 모를 거야'라는 말을 참 많이도, 오래오래 들어왔다. 지금 내 나이 때에 대부분은 기혼, 육아라는 환경을 거치고 있고, 재테크와 사교육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화가 여기저기로 흐르다가 끝은 '뭘 모르는 사람'으로 나를 정의한 후에 모임이 끝이 나곤 했다.
위에 적힌 조건들을 체험한 것이 아니니 뭘 잘 안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걸까? 그런 사람들 옆에서 가끔은 일부로 허세 가득한 말을 던진 적이 있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들이 무시한다고 느낄 때, 나도 모르게 '공작새의 깃털'처럼 몸집을 부풀리는 것이다.
그런다고 내가 키가 더 커지는 것도 아닌데. 의미 없는 말장난과 의미 없는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 집에 오는 길은 허무함이 가득했다. 이런 사람들을 '인맥 관리'라는 이름 때문에 나는 갇혀 있어야 하는 걸까?
다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투명인간 같은 나였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보이지 않는 손'처럼 활동했고, 모임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더는 그런 '퇴비 같은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나의 형체가 사라져서 땅에는 이로움을 주지만 본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퇴비.
그들이 원하는 건, '형체가 분명한' 내가 아니라 '전처럼 퇴비 같은 존재'가 필요한 거겠지. 지나치게 달콤한 말들 뒤에는 언제나 숨겨진 가시가 존재했다.
파도를 넘어설 수 있을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만 싶은 마음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