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을 다녀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에서 고해성사 장면을 본 적은 있다.
살면서 나는 고해성사를 하고 싶은 순간이 종종 있었는데 그런 마음을 가장 담기 좋은 곳이 브런치였다.
주말에 인터뷰가 있었다. 배우고 싶은 자리가 마침 생겼고,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그런데 지원서와 과제 제출을 할 무렵, 나는 심각하게 게으르고 우울감이 감돌았다.
여러 가지 일들로 마음이 지쳤고, 업무도 바빴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런 핑계를 대기에도 나란 사람의 행동은 어이없었다. 과제를 하다만 중도 포기 상태로 제출해 버린 것이다. 서류에서 탈락하지 않고, 면접 기회가 왔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고, 성의 없는 과제 제출은 내 손으로 만든 불행이었다.
나는 그렇게 무성의한 상태로 면접을 보았다. 면접관을 당황시킨 나, 그리고 십오 분간의 어색함과 죄책감이 느껴지는 공기는... 그동안 느꼈던 우울감을 한 번에 얼려버릴 만큼 차가웠다. 차가운 얼음물에 몸을 담근 것처럼 몽롱한 정신이 한 번에 깨어났다.
깨어났을 때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단순히 면접관이 한 말에 말을 못 했다면 찜찜함과 이 불편함이 이렇게 오래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성의 없음이 가장 큰 무례함이었다. 그렇게 좋은 기회가 다가왔지만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최근 나의 상태를 기계로 표현하자면 나사가 느슨하다 못해서 빠져버린 삐딱한 로봇 같다. 어떻게 하면 나사를 다시 맞출 수 있을까? 자기 계발서를 읽고 싶지도, 영상을 보고 싶지도 않다.
영어학원을 다녀볼까 하고 받았던 등급테스트는 너무 낮은 점수를 받아서, 원하던 반에는 갈 수 없게 되었다. 여하튼 여러 모로 나는 갈팡질팡하고 있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감기도 끝나가는데, 이제는 집 나간 정신만 되돌아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내 복을 위해서 빌어보는 복날 전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