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렌다는 것과 떨린다는 것은 비슷한 듯 다르다.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혼자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8개월... 피아노는 혼자 있는 날이 많고, 손은 점점 굳어 간다. 처음엔 손가락만 굳어 있었는데, 지금은 머리마저 굳어서, 음계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다시 피아노를 배우기로 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잊지 않기 위한 복습의 의미였다.
오늘 보니, 손이 조금 굳은 것이 아니라 손목까지 움직이는 '멘붕' 단계에 이르렀다.
첫날, 떨림보다 더한 '심쿵'한 마음이다. 피아노는 언제나 옳다. 많이 틀렸지만 다시 시작해서인지 오랜만에 기분이 사르르~녹아내리는 달콤함이 생겼다.
무기력증이 오래갈 때는 새로운 발걸음이 치료제였다.
길고 긴 무기력과 우울을 위해서 오늘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