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는 습관은 나쁜 것이라고 '자기 계발서'와 관련 영상에는 말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살다 보면 비교가 된다. 특히 나는 아주 비교가 된다.
1인 가정이 대세라고 하는 것과는 달리 지금 내 나이, 주변에 미혼은 적다. 대부분 기혼이 대세이고, 회사에서도, 동네에서도 내 또래의 사람들은 '육아'와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본인은 무엇을 직접 하는 취미는 대부분 '골프'였다.
여하튼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존재만으로도 화려하다. 자산은 가장 적은데, 하고 싶은 일에 시간과 돈을 몽땅 쏟는 자세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명품백은 고사하고, 언제나 '롱샴' 가방을 들고 다니지만 나는 꽤 '럭셔리'하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되었다. 우리 집은 어렸을 때, 가난했고, 교육에도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어렸을 때도 못해보거나 안 해봤던 사교육을 최근 몇 년간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있으니, 얼마나 럭셔리한가?
유튜브에서 우연히 육아 예능을 잠깐 보았다. 추자현의 아들 '우블리'가 중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짧은 영상이었다. 그때 뭔가 머리가 '꽝'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학부 시절, 중국어를 잠시(?) 전공한 적이 있다. 하지만 중국어 어학 수업 대신 문학 수업만 듣고, 거기다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으니... 내가 중국어 전공자라는 것은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십 년 전, 잠시 스쳐갔던 중국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지난주, 동네 학원에 등록했다. 동네 학원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습지 형태의 교재를 읽고, 단어를 암기하는 '스스로 주도하는 독서실' 분위기였다. 이렇게 쉬운 내용을 다시 배운다는 것이 좀 부끄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엄마 나이의 학생'이 되었다.
운전 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또래 여자들 중에 스스로 궁금한 것에 투자하고, 배울 수 있는 에너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울에 비싼 아파트에 살아본 적도 없지만 지금 나의 일상이야말로 '럭셔리 라이프'가 아닐까?
물론 이런 럭셔리에도 진짜 비밀은 숨어 있다. 인강으로 치면 오일 분량도 나오지 않는 것을 굳이 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나의 게으름'이었다. 어찌나 무기력하고, 게으른지 '무서운 선생님'이 계시는 학원으로 나를 맡긴 것이다.
중국어를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의지박약, 집 나간 집중력의 나를 온전히 찾아오고 싶었다.
요새 나는 유튜브 숏폼과 같은 짧은 영상, 웃긴 영상, 먹방처럼... 디지털 마약에 심각하게 중독되어 있다. 처음엔 재미로 봤는데 몇 시간을 보고 나면 허탈하고, 나 자신을 못 믿을 사람으로 평가절하해버리곤 한다.
책을 멀리하고, 해야 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서 '남한산성'같은 장벽을 이루어버렸다. 어느 날부터 자포자기 분위기가 되기도 하고, 현실이 우울하고, 미래는 불안하다.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였을 때, 뜬금없이 동네 학원에 갔다.
나이가 들면 철들 줄 알았는데, 영원히 철들지 않을 줄이야? 외모만 동안이었으면 좋겠는데, 마음만 어린 현실 속에서... 나는 '럭셔리'하게 사교육을 시작했다.
바쁜 생활과 틀 속에서 집 나간 집중력도 찾아올 것이고, 디지털 마약에서도 자유를 찾으러 가야지!
몸에 나쁜 건 이렇게 즐겁다. 몸에 좋은 건, 시작도 어렵고, 지속도 어렵다. 오늘은 30분이나 지각을 했다. 여러모로 나는 몸에 나쁜 걸 좋아하는 '나이 많은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