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올해도 간신히 붙었다.
올해는 '그림'과정이었다. 신기했다. 실력보다는 '운'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모인 과정에서 교육 담당자가 웃으면서 던진 한 마디에 심장이 얼어버렸다.
"들어왔다 '턱걸이'만 하지 말고, 진짜 결과물을 만들어가야 해요."
진정한 팩폭이었다. 나는 작년에도 그렇게 힘들게 과정을 이수했지만 어떤 결과물도 만들지 못했다. 사내에서도 '지원서' 한 장 넣지 못했고, 밖에서도 그 어떤 결과물이 없었다. 같은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 중 일부는 여기저기 강의도 다닌다던데... 나는 부족한 '스펙'을 탓하며, 이러한 결과를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올해까지 이렇게 긴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나는 작년 봄, 한 자기 계발서의 저자가 나에게 했던 말속에 살게 되는 것이다.
그때 그 강연자였던 작가는 말했다. 책에서 말한 대로 이것저것 해봤는데 현실은 그대로라는 나의 질문에 말이다.
"공부를 취미로 하시나 봐요. 네~어디 그렇게 살아보세요."
조금 더 길었지만 요지는 '지금 그렇게 배워봤자 의미 없다'는 말이었다. 강연자는 답변 전에 내 나이를 물었다. 그리고 위에 적힌 말을 들려주었다. 어차피 지금 해봤자 바뀔 것은 없다는 저자의 말은 책과는 정반대의 문장이었다.
뭔가 사기 당한 기분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말 같기도 했다. 정말 저자의 말처럼 내 인생은 이미 고장난 시계처럼 멈춰버린 걸까? 그 말이 맞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 유튜브에 생중계되는 그 현장에서 나는 어떤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저 굳어버렸었다. 그런 나를 옆에 앉아 계시던 구청장님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인사를 건넸다.
이번에도 과정 이수에 만족하고 어떤 결과물도 못 만든다면....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그래도 뭔가를 하긴 했다는 정신 승리로 마무리될 것이다. 그렇게 작년 봄에 만났던 강연자의 말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교육 담당자의 한 마디에 현실 인식을 시작했다. 따뜻하고 냉철하셨다. 이 과정을 선택한 이유도 면접관이셨던 교육 담당자의 말이 좋아서였다. 따뜻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이 면접자를 감동시켰다.
면접관이 좋아서 이 과정이 더 끌렸다는 정말 나다운 이유! 작년에 시작했던 과정도 그때 면접관의 질문과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나라는 사람은 마법처럼 끌리고 있었다.
나의 일상은 느린 쳇바퀴 안을 맴도는 다람쥐인데 아주 가끔은 이런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다. 이제부터 나만의 비밀의 화원을 가꿔볼 차례다.
어쩌면 달라질 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