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욕망의 굴레

서머싯 몸, ‘인생의 베일’

by 그럼에도


p.332


- 옮긴 이의 말 -


영국 여성 키티 페인은 나이에 쫓겨 도피하듯 결혼을 한 뒤 매력적인 유부남 찰스 타운샌드에게 사랑의 불꽃을 태우지만 그에게 배신당하고, 부정을 알게 된 남편의 협박에 콜레라가 창궐한 중국의 오지마을로 끌려간다. 키티는 사방에 깔린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의 삶과 가치관을 체험하고 편협했던 시각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광대한 자연 앞에서 용서라는 실마리를 찾음으로써 속박처럼 자신을 얽어맸던 잘못된 사랑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한다.


하지만 서머싯 몸의 작품에는 다른 작품에서도 여러 번 나타난 바와 같이 어리석고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불안이 애써 찾은 희망에 음울한 그림자를 던진다. 키티는 남편 월터의 죽음 후 애증의 관계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찾았다고 느끼지만,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 들른 홍콩에서 옛 애인 찰스와 다시 한번 육체관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키티에게 찰스는 더 이상 예전의 매력적인 애인이 아니라 혐오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키티는 찰스의 욕망 앞에 순전한 욕정을 느끼며 그의 품에서 육체의 희열을 느낀다. 그런 자신이 한심하고 혐오스럽기도 하지만 그것은 자괴감보다는 내부의 도무지 알 수 없는 충동에 대한 어리둥절함과 혼란스러움에 더 가깝다. 육체가 머리에 반기를 드는 상황, 어리석고 균형이 잡히지 않은 인간에 대한 저자의 고발이자 탄식이 아닐까?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걷잡을 수 없는, 이성으로는 통제 불가능한 충동이야말로 벗어날 수 없는 사랑의 속박이자 ‘인간의 굴레’인 것이다.



서머싯 몸의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 ‘인생의 베일’, ‘과자와 맥주’를 읽어보면 관통하는 한 마디가 있다.


과연 이성은 욕망을 이길 수 있을까? 우리는 이성적인 인간일까?라는 생각과 주인공의 속마음, 인간의 욕망과 변화하는 생각을 세세하게 말해준다. 특히 ‘인간의 굴레에서’의 주인공 필립은 소설가 본인의 삶과 많이 닮은 주인공과 그 선택이 그러하다. 감정과 욕망은 이성에 의해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선입관, 그리고 고정관념에 대해서 작가는 말한다.


인간의 굴레에서


욕망을, 본능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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