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어제까지 집주인 요구 상황은 계약서 원본 반납, 남은 짐 정리, 현관문 비밀번호 공유 후에야 보증금을 송금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촌오빠라고 소개한 탐정 A님에게 강한 인상을 받은 걸까?
집을 대강 둘러보더니 집을 나와서 농협으로 향했다. 기적이었다. 악마가 이렇게 순순히 움직이다니? 평소에는 거짓말이 많았지만 보증금 준비했다는 말은 진짜였다.
만난 지 삼십 분 만의 일이었다. 은행 송금을 먼저 받고 짐을 뺀다니?
농협에는 집주인만 들어가고 A님과 나는 입구 밖에서 기다렸다. 가을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도 상쾌했다. 핸드폰을 보다가 약간의 잡담을 나누고도 삼십 분이 또 지났다.
‘집주인 사라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농협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끝 코너에 집주인이 서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도 이십 분이 더 흘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금 문자가 들어왔다!
그런데 금액에 오만 원 넘는 돈이 비었다. 따질까 했지만 악마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악마는 이틀치 월세에 관리비 명목으로 오만 육천원을 떼고 보냈다.
은행 앞에선 이틀치 장기수선충당금만 떼겠다고 하더니 행동은 이틀치 월세에 알 수 없는 관리비를 제하고 송금했다.
악마가 은행 밖으로 나왔다. 악마는 공인인증서가 없어서 오래 걸린 거라며 웃었다. 그리고 계약서 원본을 달라고 했다. 계약서를 받자마자 짐 빼는 것도 보지 않고 빠르게 사라졌다
따져야 하는데 참았다. 악마 얼굴만 봐도 토할 거 같다. 부족한 금액이 입금되자마자 현관문 비밀번호를 전송했고, 남은 짐을 빼러 아파트로 향했다.
A님과 헤어지고 남은 짐들을 정리하고, 빈 집을 사진 찍어서 악마에게 전송했다.
집주인 문제로 일 년간 연락을 주고받은 부동산 소장님께 음료 쿠폰을 보냈다. 바로 전화가 왔고, 어제도 부동산에 찾아와서 한참을 난리치고 갔다고 했다. 거기다 본인이 ’ 오라는 날짜에 오지 않았으니, 이틀 치 월세를 더 받아내겠다 ‘는 포부를 밝혔다나!
“니가 보증금을 육일이나 늦게 주면서 이틀 치 월세를 받는 게 말이 되냐? 니 때문에, 구해놓은 다음 세입자 날리고 빈 집에 일 년 치 월세를 냈다. 니 딸이라고 생각해 봐라! 추석 연휴면 9월 27일에 송금해야지. 말이 되나? “
소장님의 훈육에도 불응한 금쪽이 악마할매, 갑작스러운 남자 등장에 움찔했으면서도 악착같이 이틀 치 월세와 관리비를 넉넉히 제하고 송금했다.(이틀치 관리비가 16,000원)
악마의 클래스는 영원하구나!
수서행 기차 안에서 악마의 폰번호에 수신거부를 눌렀다.
어제 접수한 전자소송 수수료, 탐정님, 거기다 이틀 치 월세를 더하면 한 달 월세 이상을 소비했다. 대신 소송으로 인한 시간, 변호사 선임 비용을 아꼈다. 더하여 악마 손절까지!
악마와는 다시는 만나지 말길!
나의 부산행을 끝내는데 4년의 시간이 흘렀다.
범사에 감사할 일상으로 돌아갈 일상을 위해 많은 시간 울었다.
파란만장한 부산행은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