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라고 하기엔 비현실적이고, 허구라고 하면 믿어볼 법한 소재였다. 그 소재는 지난겨울부터 얼마 전까지 내 머릿속과 온 마음을 헤집어놓은 사건이기도 했다. 게다가 경찰서는 수사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 무기력함까지 더해졌으니 이 사건을 글로 털어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였다. 소설 공모전에 도전하려는 마음을 먹은 건.
그런데 결국 제출하지 못했다.
제출하지 못한 첫 번째 이유는 성실성 부족이었다. 끝까지 써내려 가지 못한 게으름, 게으르고 느린 오랜 습관은 마감시한을 맞출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둘째는 꽤 잘 쓰고 싶다는 마음과 이야기를 길게 풀어 나가기엔 엉성한 전개가 문제였다. 속이 뻥 뚫리는 전개로 나가지 못하고 고구마 몇 개를 급하게 먹은 것처럼 꽉 막힌 내용과 전개로 쓰는 사람도 재미가 없었다.
셋째, 어두운 그 이야기를 온종일 생각하다 보면 우울감이 더 짙게 감돌았다. 가지고 있는 마음속 작은 온기마저 식어버리는 기분이었고, 미운 사람이 더 미워 보이는 마법까지 일으켰다.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서 나온 양관식과는 정반대였다. 극 중 딸인 양금명은 '무자비한 성실'이라고 불렀던 끈기와 성실이라는 덕목은 나에게 없는 것이었다.
매일 제자리걸음을 향하는 어학실력도, 아이디어를 만들기만 하고 결과로 풀어내지 못하는 그 무엇은 나를 늘 쳇바퀴 도는 다람쥐로 만들었다.
그래서 내 인생이 몇 년이 지나도 같은 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마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도 오늘도 한 줄을 더하지 못했다.
마음을 관통하는 어떤 대사가 필요한데, 지금 왜 이 글을 읽어야 할 그 무엇이 필요한데, 그것이 뭘까?
무자비한 성실함이 없고,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부족한 무소속의 글이 바탕화면에 펼쳐져 있다. 잘 쓰고 싶다는 헛된 바람과는 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