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광은 너에게 돌리고 싶어."
작년과 올해 지역에서 열리는 백일장대회에서 수상을 하게 되었고, 이 영광을 Y에게 전하고 싶었다. 내가 글을 쓰게 된 건 Y로 인해서 시작된 일이었으니까.
시상식은 없었고, 상장과 선물이 주어지는 행사이기에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할 기회가 없기에 대신에 브런치에 쓰게 되었다.
오랜 친구 Y는 나에게 오랜 자랑이자 기쁨이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과정도, 주말에 배운 취미 생활이 하나의 커리어가 되어서 '주말 강사'로 활동하는 멋지고 매력적인 너!
너의 발전과 변화가 나에게는 기쁨이었고, 주변에 알리는 자랑이었어. 내 곁에는 이런 사람이 있다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거든.
그런 너를 내가 다니던 학교에 '일일 강사'로 초청할 수 있었던 것도 널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었지.
그런 나와는 반대로 너는 나를 보는 눈빛에 알 수 없는 서늘함이 있었어. 싸운 적도 없었고, 특별한 일도 없었어. 그 이상한 기분이 무엇이었을까? 그저 내가 예민한 게 아닐까 하며 스스로를 탓했지.
시간이 지나서 지방 발령을 가고, 세상에 나쁜 일이 한가득 펼쳐졌을 때 네가 전화 한 통 없는 것이 좀 서운하기는 했지. 내가 건 전화에서도 '남편과 저녁 먹어야 한다'며 빨리 전화를 끊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
그런 네가 아침 일곱 시에 전화를 주었어. 전날 밤에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고, 지하차도에서는 차에 갇힌 사람이 세상을 떠난 다음 날이었어.
"뉴스에서 보니까 물난리가 났던데. 넌 어때?"
"진짜 비가 많이 왔어. 다행히 내가 사는 동네는 물이 잘 빠져서 피해는 없었어."
"왜 네가 아무 일이 없는데? 왜 피해가 없어?"
뭔가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피해가 꼭 일어나야만 하는 걸까? 폭우가 오긴 했지만 동네에 따라서 피해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사는 도시는 서울보다 작아도 광역시인데, 비가 왔다고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길 수 없는 크기가 아닌가?
Y의 대화는 내가 피해를 당하지 않아서 안도하는 게 아니라 날이 선 목소리로 왜 너만 피해가 없냐고 따지고 있었다. 그렇게 우울한 아침 7시였다.
이후로도 단체방 대화와 줌에서 만난 대화에서 이젠 대놓고 조롱과 비난을 웃음 띤 목소리로 시작하는 Y였다. 처음엔 혼란스러웠고, 현실을 부정했고, 시간이 지나서는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서 눈물이 되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글로 쓰게 되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면 평소처럼 사람들을 만나서 수다로 시간을 보냈을 나였다.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에 닥치고 보니, 글을 쓰게 되었다. 하고 싶은 말은 글이 되었고, 글은 생각이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나를 움직였다.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로 느껴지던 글쓰기가 특별하지 않은 사람도 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몇 년간의 불운이 글쓰기의 좋은 글감이 되었고, 잘 이겨낸 과거가 현재의 시간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만만한 사람의 과거를 털어내는 것도, 현재를 다져나가는 것도 글쓰기가 가져다준 행운이었다.
그 시작은 Y였다. Y는 행운을 가져다 주었고 시절인연이 다했음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