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수포자가 된 이유

by 그럼에도

어려서부터 가장 어렵고도 어려웠던…결국 수능날까지 고생스러웠던 과목이 있다면 그건 수학이었다.


수학은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았다. 다른 과목은 수업을 듣지 않고도 문제집과 해설서로 따라갈 수 있는데 수학은 조금도 나에게 가까워질 틈을 주지 않았다.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도 되지 않았고 그저 혼자서 문제집을 붙들고 있는 게 전부였다. 결국 수학은 찍기의 영역으로 분류되었다.


그럼 나는 수학을 어떻게 공부했을까? 암기과목처럼 개념원리 문제집을 몇 회독을 진행했다. 처음 몇 개 단원은 잘 풀렸는데, 중간 단원부터 꽉 막혀서.... 몇 회독이라 것은 결국 앞 단원만 몇 번을 풀고 끝내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몇 회독을 했다며 스스로에게 할 만큼 했다는 식의 변명을 하는 것이었다. 난 원래 안되나 봐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오래전 포기했던 수학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건 놀랍게도 피아노였다.

앙드레 브라질리에

배운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눈은 빠르게 이해하고, 손은 둔감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 곡을 몇 번 치고 나서 '연습 끝'을 외쳤다. 그렇게 미약한 연습도 매일이 아니고 며칠에 한 번씩이니... 피아노 실력은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다행히 작년에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서 같은 곡을 무한 반복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왜 피아노를 못 치는지를, 내가 왜 수학을 못했는지를.


안 되는 부분을 이해가 될 때까지 연습하는 지루함을 포기한 결과는 제자리걸음 그 자체였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달라진 건 시간만 흘렀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대충, 대강 넘기려는 태도가 지금 나의 일상을 지배했다. 습관이라는 게 나쁜 것이라도 얼마나 익숙하고 편안한지, 평소보다 집중만 하려고 하면 어색함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내 인생이 시간과 비례하는 현명함의 반대로 어리석음이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다.


오늘 정말로 귀찮고, 하기 싫은 것 한 가지를 꼭 해내고서야 잠이 들 것임을 글로서 맹세한다. 그렇게 귀찮고 피곤한 것 하나를, 하나라도 이뤄나가야 한다. 지루한 반복이 성장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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