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님도 쿠팡 쓰죠?"
"아니요. 저는 동네 마트랑 시장도 가고, 배송은 쓱 배송이랑 네이버 써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던데요."
"역시 애를 낳아봤어야 뭘 알지!"
코로나 시기로 한창 떠들썩하던 시기에 기혼 남자 직원이 나에게 건넨 일상 대화였다. 그 기혼 남직원 '행행'님은 직원들 사이에서 매너 좋고, 성실하기로 평판 좋은 직원이었다.
몇 명의 소소한 대화였고, 별 뜻 없는 '행행'님의 말은 미혼 직원이 듣기엔 꽤나 불쾌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쿠팡을 이용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할 때쯤 쿠팡에서는 또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가 나올 때였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서 '행행'님과 같은 팀이 되었다. 이번에도 별로 할 말이 없던 잠깐의 틈에 '행행'님이 말을 걸었다.
"그럼에도 님도 쿠팡 쓰죠?"
과거에도 똑같은 질문을 했던 행행님에게 나는 똑같은 답변을 들려주었다.
아이는 없지만 기혼이 된 지금은 더는 '애가 없어서 역시나 뭘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 달랐을 뿐이었다.
쿠팡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같은 팀 열 명의 사람 중에 유일하게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과거와 현재에도 아마도 미래에도 사용할 일이 없을 플랫폰이기도 하다.
편리함을 거부하는 이유가 있었다. 과거에 나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었다. 큰 통으로 두 병이나 샀지만 몇 번 쓰고 사용하지 않아서... 지금 살아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문제가 된 애경과 P&G 제품을 불매 중이었다. 쿠팡에 대한 인기가 많아서 궁금했지만 사람들이 죽는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조용히 불매 중이었다. 이런 복잡다단한 이야기는 가족 외에는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환경으로도 충분해서 굳이 이용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짧은 말로 대신했다. 이번 개인정보 이슈로 쿠팡을 나오는 사람들이 뉴스에도, SNS에도 나왔다. 뉴스와는 반대로 팀원들은 털린 개인 정보는 찜찜하지만 여전히 쿠팡을 사랑했고, 얼마나 편리한 지를 노래처럼 말했다.
아이가 있는 사람도, 아이가 없는 미혼도 새벽 배송이라는 시스템을 사랑했고 찬양했다.
원하는 물건 대부분은 집 근처 슈퍼에 웬만한 것이 있었고, 근처에 다이소도 있었다. 직접 움직이기만 하면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환경적 요소가 있었다. 그래서 소심한 불매를 지금껏 이어올 수 있었다.
말은 쿠팡으로 시작했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취향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그들과의 차별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히 큰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팀원들의 눈 밖에 날 이유가 있었다.
과거 행행님은 다른 팀 직원이었다. 신생팀 업무다 보니 일은 바쁘고, 결과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업무와 상관없는 내가 행행님 부서 관련 업무 결과를 셀프로 만들었다. 물론 행행님은 본인의 이름으로 보고를 했다는 것을 건너 건너 들었지만.
그렇게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행행님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나는... 별 것 아닌 일상의 대화에서 '알 수 없는 싸함과 돌려 돌려 나쁜 말 하기'와 같은 유치원생 같은 소심한 복수를 여태껏 당하고 있었다.
행행님은 능력은 부족하지만 웃는 인상과 평판이 좋다 보니, 이런저런 기회가 수시로 찾아왔다. 반대로 나는 그런 행행님을 보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행행님은 얼굴로, 입으로 회사 생활이 쉬울 걸까?
그때는 몰랐던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사람에게 '호감'이라는 자산은 '능력'보다 더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행행님이 앞에 나서서 발표하고 설득하는 것에는 반감을 갖지 않았다. 반대로 내가 하는 것은 필요는 인정하면서도 호응도는 높지 않았다.
처음엔 스스로의 부족함을 탓했고, 시간이 지나서 주변을 둘러볼 연차와 경험이 쌓인 후에 깨달았다.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감성의 영역이라는 것을. 또한 '싸한 말'을 웃으면서 던지는 행행님을 다수가 응원한다는 것도.
아쉽지만 그게 현실이고 바꾸기 어려운 평판의 영역이었다. 행행님은 그런 인기로 노조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되돌아와서 나는 쿠팡을 사용하지 않는다. 재래시장서 갓 수확한 천수무를 사서 유튜브를 보면서 무김치를 담가 보았다. 과일은 동네 여러 군데의 가게를 가보고 당도가 엄청난 곳을 발견했다. 버섯과 귤은 생산자가 직접 파는 사이트에서 직거래를 하고, 반려견 사료는 제조사 홈페이지를 통해서 구매하고 가끔은 생협에서 맛있는 두부를 사 온다.
나의 취향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런 복잡하고 까다로운 눈썰미가 지금의 과일과 채소, 생선 보는 안목을 만들었다. 재테크에는 어리둥절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재밌는 취향을 만들어진 배경이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간편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포기한 결과는 '물건을 보는 안목', '다양한 대체재'를 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쩌면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기본 가치인지도 모르겠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지지받는 행행님의 일상과 대화를 따라가지 않아도, 나는 그저 내가 살아온 나만의 취향을 누리면서 발전할 것이다.
너와 나는 다른 것. 그게 취향이니까. 그게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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