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대단해

by 그럼에도

"알랑님~ 대단해요. 알랑님이랑 재테크 동아리 만들고 싶어요."


한 직원이 알랑님과 그 옆에 재테크 좀 한다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그건 진심이었다. 평소 선배에게 차갑고 독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던 '카카'님이 공손한 목소리와 비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렇게 알랑님은 사내에서 인기가 있었다.


몇 년 전까지 사내에서 일 못하고, 안 하고, 잘 나가는 사람에게 '엄청난 아부'로만 승부한다고 해서 유명했던 알랑님이었다. 알랑의 말은 가벼웠고, 잘 나가는 사람을 향해서 눈웃음을 지었다. 나와 동갑내기 남자임에도 그 미소는 비릿하고, 눈에는 알 수 없는 뱀의 기운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런 알랑님을 웃으면서 조용히 거리를 두었다. 다만 아부를 좋아하는 특정인에게 발탁되어 '좋은 경력'을 쌓기도 했었지만 그 후에도 알랑에 대한 평가는 차가웠다.


그런 알랑이 강남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곳에 이사를 했다고 한다. 물론 본인 입으로 만나는 사람들마다 집 주소와 아이가 다니는 사립 초등학교 이름을 알렸다. 더하여 와이프가 '재테크의 신'이라면서 본인의 돈 자랑을 시작했다.


밥 한 번 사지 않으면서 자랑에 자랑만 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변했을까?



더하여 팀 구성원까지 바뀌면서 '아부의 아이콘'이었던 알랑님은 '재테크 왕'이라는 능력자로 한 번에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가 일을 못하거나 안 하는 것은 어느새 사라졌다. 언제나 알랑님이 먼저 말을 걸어야 겨우 한 마디를 하던 사람들이 달라졌다.


알랑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는 즐겼고, 투자 비법은 ’하나님께 기도, 똑똑한 와이프‘가 만든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얼마 전 끝났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 나오는 사내 분위기는 '재테크 성공했다=집 주소는 강남'이라는 말처럼 집주소에 따라서 사람을 대하는 분위기가 한층 달라졌다. 업무로만 만나는 사람인데 처음 보는 직원에게 어느 동네에 사는지가 가장 먼저 궁금한 요소가 되었다. 과거에는 시간을 갖고 묻던 호구조사가 이젠 대놓고 시작한다는 게 달라졌을까?


AI가 나오고 세상은 달라진다는데, 여기도 달라졌다. 그래서 업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알랑'이라는 사람은 그렇게 유명해졌다. 알라도 그 인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회사 이벤트 진행이나 봉사 활동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 쉬지 않고 등장했다.


인기를 얻은 사람이 바로 정치에 데뷔하는 것처럼. 알랑을 보면, 허세가 이미지가 되고, 집 주소는 실력이 된다는 그런 묘한 결론이 내려진다. 장기 근속한다는 것은 이렇게 같은 사람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을 보여준다. 그리고 세상은 달라졌다.


일 잘하는 사람은 구석에서 일만 하는 자리에 앉혀졌고, 쉬지 않고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은 앞자리에 앉혀졌다. 그걸 알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그저 나는 여기에 적었다.


세상은 변했다. 변한 세상에서도 나는 여전히 이방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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