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 '달의 조각'
p.40
< 인연에 대한 집착 >
좁은 인간관계를 선호한다. 깊은 척하는 관계보다는 차라리 서로의 얕음을 인정하는 관계를 선호한다. 너무 많은 노력을 요하는 관계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너무 넓기를 바라고, 또 너무 깊기를 바란다. 한없이 작아자지고 초라한 밤, 맥주 한 캔을 함께 비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한다.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내 앞의 네가 나의 너이기를 바라며 우리라는 단어 속에 자신을 가둔다.
어젯밤 보았던 드라마 이야기를, 언젠가 방문했던 식당 이야기를, 평생 얼굴 한 번 볼 일 없는 연예인 이야기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대화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얕은 관계를 심해보다 깊은 관계로 둔갑시킨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헤엄치던 바다는 사실 어항이었음을 한참이 지나고 나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이 나를 떠난 것을 슬퍼한다. 사람들은 당신을 떠나지 않는다. 애초에 우리는 모두 잠깐 스쳐갈 뿐이다.
핸드폰 사진을 눌렀더니 몇 년 전 이맘때 사진이 올라왔다. 재밌는 포즈와 즐거운 미소를 함께한 단체사진이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사진 속 인물들과 연락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그때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미래가, 지금의 현실이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처럼 마음의 테두리를 넘어서 있는 사람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난다 해도 사진 속 모습처럼 반가울까? 떨어진 시간만큼이나 서먹하고 어색할까? 아쉬움이나 후회도 있지만 그때 즐거웠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한다는 소소한 생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