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속 하이킥

<책 속에 내 마음, 두 스푼>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by 그럼에도
sticker sticker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란 책을 정독해서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왜냐하면 난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지 못하고, 놀라서 눈만 동그랗게 떴으니깐.


상황 1) "너 빽이라도 생겼니?"

- 만만한 사람으로 보였던 내가 10년이 지나서, 신입사원 때 만났던 선배를 우연히 마주쳤다.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그 선배는 뭔가 분위기가 변했다는 걸 눈치 빠르게 파악하고, 바로 비웃더라고.

- 그때 나는 웃으면서, '나이가 빽이고, 깡이죠 선배님~지금 제가 몇 살인데요 ㅎㅎ'라고 웃었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어퍼컷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선 것을 후회한다. 집에서 이불속 하이킥


상황 2) "회사에서 일 시키기 좋은 게 노처녀야. 할 게 일 밖에 없으니 일을 잘하더라고"

- 사람 좋은 '신사(?)'라고 불리는 그분이 어느 날 커피 타임에 나를 가리켜서 사람들과 이렇게 얘기했다.

- 그때 나는 웃으면서, '선배님은 유부라서 수시로 주식 사이트만 보시고, 주식 얘기만 하시나 봐요 ㅎㅎ'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람 좋은 분으로 소문난 사람이라 다른 데 가서 욕도 못하고... 집에서 이불속 하이킥


상황 3) "market share가 깨져봐야 정신을 차리지"

- 대화 중에 너는 일 욕심이 없다며, 지적질하는 선배님의 한 마디

-' 월급루팡 선배님께서 남의 일 욕심까지 지적하시다니... 저의 일은 제가 알아서 할께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니... 집에서 이불속 하이킥


상황 4) "남들 다하는 쉬운 결혼도 못하는 OO이~"

- 단톡 방에 누군가가 나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단톡 방에 그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나에게는 핵폭탄...


- 저 사람에게 나의 단점이자 아킬레스 건이라고 지적할만한 사항이 미혼이라는 것인가? 평소에 친하게라도 안 지냈다면, 뭐 이런 게 다 있어?라고 화라도 낼 텐데, 그저 쓰레기로 던져버릴 텐데. 이런 사람을 오프라인, 온라인에서 친하게 지냈던 나란 사람... 바로 화내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나의 그다음 멘트를 바라보는 다수의 사이버 친구들을 의식하며, 숨 고르기를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했지만, 겨우 한다는 소리가 "막말하는 거 보니 너답네"라고 소심하게 한마디. 그 어떤 말보다 그때, 그 단톡 방을 탈퇴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평소 카톡방의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OO'도 그의 막말 멘트를 재밌게 구경만 하고 있었다. 지금도 수다 멘트 몇백 개가 올라오는 그 방을 용기 있게, 탈출도 못하고 갇혀 있다. 읽지도 않는 카톡방을 '읽음'표시하는 수고로움까지...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일까 봐 화도 제대로 못 냈던 그 순간을... 이불속 하이킥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서툴지만 조금씩 노력하고,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런다고 한 번에 변하지도 않았고, 저런 예상치 못한 한 마디에 제대로 대처를 못해서, 아직까지 마음에 찌꺼기가 남아 있다. 순발력이란, 위트와 같은 재치 있는 반격이란, 아직 내 몸에 익숙하지 않은 하이힐 같아서 어색하기만 하다.


"아리스토텔레스 - 모두의 친구는 그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 모두의 친구가 아닌 내 안의 나를 먼저 배려하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