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 며 들 다

한성희,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by 그럼에도

p.289

- 타인의 인정과 칭찬에 목숨 거느라 잃어버리는 것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좋다는 것, 세상이 인정해 주는 것을 쫓느라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오징어잡이 배는 밤바다에 환하게 불을 켜서 오징어를 유인한다. 심해에 사는 오징어들은 자기를 살리는 빛인지, 죽이는 빛인지도 모은 채 홀리듯 배 주변으로 모여든다. 그러면 어부들은 기다렸다는 듯 오징어를 배 위로 낚아챈다. 사람도 오징어와 마찬가지로 그게 자기를 살리는 건지, 죽이는 건지 모른 채 욕망에 이끌려 무작정 그 대상을 향해 돌진할 때가 있다. 그것은 유행하는 옷이나 전자제품, 고급 승용차일 수도 있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높은 지위나 경제적 능력이 되기도 한다.

한 번 현혹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기세로 뛰어든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의 욕망을 몹시 부추긴다. 없는 것, 부족한 것을 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없던 욕구도 새로이 생겨나게 해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빚을 내서 명품을 사고, 별다른 불편함이 없는 멀쩡한 핸드폰도 최신형으로 바꾸고, 캠핑용품이 차고 넘치는데도 무리하게 돈을 써 가며 새로운 장비를 산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캘브레이스는 자본주의가 만들어 내는 욕망을 <풍요한 사회>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들에게 소비하도록 가르치는 방식은 너무나 완벽하고 지적이고 고급스러운 것이어서 그에 버금가는 그 어떤 종교적, 정치적, 도덕적 활동도 찾아보기 힘들다."

세상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욕망은 너무 세련돼서, 우리는 그것을 마치 원래 스스로 원했던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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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자기가 누군지를 잘 알고, 무엇을 원하는지가 분명할수록 삶에 대한 전체적인 만족도는 올라간다. 그래서 누구보다 자기 신념을 철저히 따랐던 스티브 잡스가 대학을 갓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에 맞춰 사는 함정에 빠지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의 견해가 여러분 자신의 목소리를 가리는 소음이 되게 하지 마십시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가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나의 중심이 있다가도 흔들리고, 이게 맞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종종 잊고도 살아간다.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아도 나를 둘러싼 환경과 스마트폰 속에서 말하는 나다움에는 고도의 마케팅이 숨 쉬고 있다. 소비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어제도 오늘도 끊임없이 다가온다. 거기다 알고리즘 녀석까지 '취향저격'하는 완벽한 이상형을 자꾸 소개팅 추천해주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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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만 소비한다면 괜찮을 텐데, 타인의 생각과 마음까지도 소비한다는 느낌은 뭘까? 이런 게 나의 취향인지, 타인의 취향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빅데이터로 모아지고, 매년 트렌드 2020, 2021 같은 올해의 단어로 분류되어서 표현된다.


트렌드 용어집이나 그래프를 보고 나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나만의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알고 보면 1인 가정의 트렌드를 모두 따라 하고 있었다. 올해부터 시작한 화분 키우는 취미부터 요새 관심 갖는 글쓰기, 인테리어까지...


나다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보편적이고, 당연한 것들이었다. 나의 취향인 걸까, 아니면 나도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든' 그 무엇일까? 마케팅의 세계가 심리학과 만나고, 빅데이터와 만난 후부터 나의 취향도 내 것이 아닌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 것을 알아가는 것인지, 닮아가는 것인지를.



그림 https://www.pinterest.co.kr/pin/828803137669456126/visual-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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