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랭보 Oct 26. 2017

[영화리뷰]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한때는 누군가의 일부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


‘하루만 네 방의 침대가 되고싶어.’ 동방신기의 노래소절 하나가 떠올랐다. 영화제목인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의 진짜 의미를 영화를 본 이후에 알게되고 나서, 나는 우리가 얼마나 이와같은 수많은 문장들을 연인에게 말하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게..사랑을 하면 상대의 일부가 그렇게도 되고 싶나보다. 췌장이든 심장이든 간에.


다짜고짜 췌장을 먹고싶다 하니 이건 무슨 카니발리즘이 아닌가, 엽기살인인가 이상한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지만 영화는 이런 잔혹한 타이틀과는 무관하게 시종일관 순수하고 아름다운 두 남녀 고등학생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전형적 월플라워 컨셉이 들어가 있는 영화다. 활발하고 인기많은 여주인공과 반대로 조용하고 사색을 즐기는 아싸형 남주인공이 둘만의 매개 ‘공병일기’를 통해 우정과 사랑을 이어나가는 이야기.


시한부 인생, 묻지마살인 등 다소 극단적인 상황이 주어져서 인지 조금은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버겁기도 했다. 러브레터나 조제호랑이그리고물고기들 같은 일본영화 팬이라 그걸보고 기대감을 가지고 온다면 다소 실망 할 수도 있지만, 영상미가 있고, 여주와 남주 모두 예쁘고 반짝거린다. 싱그럽다.


딱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로 어쩌면 이 사랑이 그토록 애달프고 그리운 까닭은 아마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일거다. 약간 클리셰다. 현실적으로 이룰 수도 없고, 한 쪽은 이제 이 세상 사람도 아니라 어쩔 수 없잖은가.


두번째론, 사람은 자신의 결핍을 잘 알아서 그 결핍을 채워줄 누군가를 찾는다. 성격이 급한 내가 여유롭고 유유자적하길 좋아했던 누군가에게 끌렸던 것 처럼. 내가 갖지 못한 그 것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닮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사랑한다고해서(췌장을 먹고싶다고 해서 먹는다 한들) 닮아지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리뷰]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