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랭보 Nov 05. 2017

[영화리뷰] 리빙보인 인 뉴욕

어떤 일도(?) 일어 날 수 있는 뉴욕에서의 막장 로맨스

'썸머가 떠났다."라는 일러스트 포스터를 보고, 500일의 썸머의 뉴욕버전이라는 배급사 마케팅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영화는 500일의 썸머 후속작도 아니고, 주제의 연관성도 없어보인다. 단지, 마크웹 감독이 사랑을 주제로 써내려간 또 다른 이야기다.


높은 고층빌딩숲, 바삐 돌아가는 시간만큼이나 분주하게 움직이는 뉴요커의 삶은 배경이 되고, 거기엔 정말 뉴욕스럽지 않은 남자가 등장한다. 혼자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토마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잘나가는 출판사 사장인 아버지와 문학을 사랑하고 예술을 즐기는 고풍스러운 어머니. 그 사이에 태어난 외아들 토마스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싶지만 이를 만류하는 부친과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외도 사실을 알게되고 이를 저지하려다 그 불륜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스포라 언급 불가)


하나하나 막장소재가 너무나 다분한 영화이지만 뉴욕이란 도시의 매력을 카메라 안에 충분히 담아냈기에 그런 비판은 조금 면하게 될 것 같다. 영화 곳곳에 흘러나오는 노래나 OST 덕분에 다소 유쾌하지 않은 스토리 전개(불륜 같은)도 보아넘어 갈 수 있는 수준이다.


토마스가 자신과 관계를 하고 있는 아버지의 불륜녀에게 "당신도 순수했던 적이 있는지" 묻는 장면에서 무언가 부조리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수한 사랑이란 게 무엇인가.  우리는 사랑의 순수함을 종종 순진함이나 어리숙함과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라 믿는 감정의 정체는 뭘까. 사랑이 중량이나 밀도로 측정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면 아마 인류의 고통은 반 정도로 줄었을 것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가 다르듯 각자가 하고 있는 사랑의 형태도 다를 것이다. 미국이란 사회를 일반화 하긴 어렵지만 확실히 우리 사회에서 통념적으로 사랑을 지칭하는 것보다  더 느슨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뭘까, 그 무게와 책임감의 의미는 무얼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살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그 사랑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시작하기도 지켜나가기도 참 어려운 것이다. 그걸 이렇게 나이를 한참(!) 먹고나서야 깨닫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리뷰] 원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