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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보 Aug 01. 2018

딸은 그렇게 엄마가 되어간다

내 어머니의 인생을 헤아려본다 : 영화 '맘마미아2' 감상평

*브런치 무비패스로 관람하였습니다. 약간의 스포 있습니다.



말끝마다 따박따박 지지않고 대드는 딸에게 엄마는 이야기 한다.

"너도 나중에 꼭 너 같은 딸 낳아봐. 그럼 엄마 마음 알게 될거다."

이런 대화가 오갈 때는 보통 화기애애보다는 화기애매하기 일쑤다. 주위 엄마와 딸들을 표본집단으로 따져본 결과, 자식을 키우면서 저런 이야기 안한 엄마가 없고, 자라면서 '다시 널 뱃속에 집어넣겠다.'라는 허무맹랑한(!) 협박을 들어보지 않은 자가 없다. 그런데 역시 엄마 말이 맞았던 걸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 친구들이 가끔 만나면 그런 이야기를 한다. 이제서야 엄마 마음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고.


지금으로 부터 10년전 맘마미아1(2008)은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미혼모인 엄마(도나: 메릴스트립)와 함께살며 결혼을 앞둔 20대의 딸(소피: 아만다 사이프리드)이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결혼식장에 함께 손을 잡고 걸어들어갈 아버지가 없다는 '결핍'의 스토리는 뮤지컬 영화의 경쾌함과 그리스라는 영화적 배경이 주는 청량함과 어우러진다. 그래선지 출생의 비밀과 같은 우울함은 조금도 느낄 수 없게 한다.   


개봉을 앞둔 맘마미아2(2014) 역시 전편의 주인공들의 10년의 세월을 거쳐 나이가 든 시점으로 시작한다. 10년전보다 조금 더 살이 찌고, 조금 더 주름살이 늘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배우들이다. 전편이 딸의 결혼을 앞두고 엄마의 전남친들이 모이게 되는 이야기라면, 이번엔 엄마의 '찬란했던 시절'과 떠난 엄마를 추억하면서 섬에 남아 호텔을 열게 되는 소피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엄마의 부재' 뒤에 그녀의 삶을 온전하게 이해하게 되는 딸. 깨달음은 언제나 늦지만, 그것이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소피는 새 생명의 태동을 느끼면서, 젊은 날 사랑하는 사람없이 자신을 낳고 키워야 했던 엄마의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자유분방했지만 혼자서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던 엄마와 달리, 소피의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세 명의 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엄마'란 존재는 부재 속에서 더 깊고 진하다. 부모 자식간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영화에서 아바의 노래들은 대체될 수 없다. 세대를 막론하고 아마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게다 활기에 가득찬 배우들의 열연이 러닝타임내내 눈을 뗄수 없게 만들었다. 미혼모 스토리를 이리도 경쾌하고 즐겁게 그려낸 영화는 아마 없겠지. 부모 자식의 관계를 어떤 한 쪽의 희생 관점으로 보지 않는 것도 매력적이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어디에도 없다. 자녀의 행복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눈과 귀가 호강하는 즐거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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