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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보 Sep 08. 2019

뉴욕 휘트니미술관 방문기

불금엔 도네이션 입장료로(2달러) 휘트니 미술관 즐기기

해외여행 일정에 빠지지 않는 게 있다면 '미술관' 방문이다. 그림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서양미술사나 화가에 대한 지극한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예체능(음악, 미술, 체육) 이하 '음미체'를 지극히 취미로만 즐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미술관 리스트는 필수 체크항목이다. 운이 안좋았던 것인지 올 6월에는 MOMA가 휴관하는 기간에 딱 맞춰서 뉴욕을 방문했다. 아주 많이 아쉽기는 했지만, 이걸 구실로 언젠가 또 한번 뉴욕을 방문할 수 는 있을 것 같다. 여행 다녀온 후 가장 좋았던 곳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저녁 7시 이후 해가 진 선선한 시각에 들렀던 '휘트니미술관(Whitmey Museum of American Art)'을 꼽았다.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이후에는 기부입장을 하기 때문에 금요일 일정을 마땅히 정하지 않았던 여행자인 우리에겐 맞춤스팟이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같으면 25달러를 지출해야 하지만 덕분에 2달러로 입장할 수 있었다.(루프탑에서 술먹느라 쓴 돈이 더 컸다는 것은 비밀!)


우선 미술관 건물 자체가 예뻤다. 시각적으로 건축에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건물자체가 매우 세련됐으며, 특히 저녁시간 루프탑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아름다웠던 것 같다. 동네 자체가 깨끗하고 사람들도 조용조용 했던 것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낮시간 동안 폭염에 시달린 우리는 해가지고 나서 미술관에 단돈 2달러로 도네이션 입장을 하고나서야 비로소 뉴욕의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언니, 여기서 그나마 처음 웃는것 같다."라며 동생이 내 표정을 지적했다. 정말 뉴욕은 너무 더웠다.  


목을 축일겸 맨 윗층 루프탑에 먼저 방문했다. 나이도 어느정도 지긋한 사람들(최소 회사 과장급 이상)이 칵테일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한국의 중년들이 향유하는 문화와는 다소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관람 층으로 내려가서 보니 부부와 자녀로 보이는 가족단위의 방문객도 많았고, 친구나 동료쯤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예상보다 뉴욕 여행자들은 적었던 것 같다. 세상 바쁜 사람들이 넘쳐나는 도시라 일을 마치고 나면 완전히 번아웃 되어 방콕을 할 것 같기도 한데, 문화를 즐기는 것도 뉴요커 답게 시간을 쪼개서 알차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미술관 루프탑에 위치한 바(Bar)에서도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방문객의 여유만큼이나 주문을 받는 직원에게서도 관대함이 느껴졌다. 상업적 친절함과는 조금 거리가 먼 것이었는데 뭐라고 설명하긴 애매하다. 아마 그 여자는 '정규직'이 었을까. 속으로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휘트니미술관에서는 휴양지 리조트에서 느껴지는 힐링과는 다른 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틴한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선물같은 여유가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의 여유로움 이었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행할 수 있으며 엄청난 희열(excitement)이라기 보다는 소소한 즐거움(pleasure)같은 것 말이다. 물론 누군가는 미드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에 나올법한 클럽에서 불금을 보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젊음을 불태울 수도 있겠지만, 불금과 미술관 조합은 왠지 모르게 찰떡같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런 문화이벤트도 찾아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불금에 여전히 '나혼자산다'와 '집맥' 조합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내 의지의 문제인지 환경 때문인지는 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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