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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보 Jun 09. 2017

사랑하는 것들은 결국 사라진다

사라지는 걸 인정하면 엄한 데에 힘 쏟지 않아도 된다

너무 사랑하는 것들은 결국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사랑했기 때문에 사라진다.' 생각하면 이 부정적 인과관계의 덫에 걸려들게 된다. '그래. 그렇게 사라질 거면 이제 조금은 덜 사랑하자.' 의미없는 다짐을 하게 된다.


사실 문제는 어쩌면 너무 늦게 '사랑'임을 깨닫는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곁에 있을 땐 모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스스로 존재를 부정케 할 만큼 심한 고통이 찾아오는 존재들. 누구에게나 그런 게 있다.


고통이 지속되더라도,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 휘청대다가 질질 끌려다녀 찢기더라도 그 형태를 유지한채로 끊어지지 않고 삶이 지독하게도 계속되니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냥 하루하루를 꽉 채워 살려는 노력 뿐이다.


많은 것을 잃었다 생각하더라도, 지금 내가 깨닫지 못하는 주변의 많은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씩 다 살펴봐야 한다. 사라지는 걸 인정하면 엄한 데 힘을 쏟지 않고 지금 주어진 이 시간에 더 많은 애정을 쏟아야 할 대상을 선별할 수 있다. 사라지는 건 우리의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으니, 지금 이 순간 그냥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도리가 있을까.

 

유재하1집을 사랑한다. 유재하란 가수를 안 그 시점부터 그 가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래서 사랑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보통 사라진 것들에 더 많은 애정을 쏟는 경향이 있으니. 사라질 수도 있는 지금의 것들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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