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풍경

by 랭보

대학선배의 부고소식을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선배의 부친상이었다. 졸업 후 간간이 지인들의 경조사나 행사에서 본 적은 있지만, 따로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던 선배였다.


빈소는 우리 집에서 족히 대중교통으론 1시간 반 거리는 되어보였다. 차라리 심야운전을 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퇴근 후 느즈막히 운전대를 잡고 초행길인 목동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 여럿이서 가는 걸 좋아하지 않게 된 나는 항상 사람이 붐비는 '피크타임'을 피해서 가려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장례식장 입구에서 우르르 나오는 한 학번 선배 여럿을 만나고, 어색한 안부와 인사를 나눈 뒤 빈소로 향했다.


일년동안 암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신 선배의 아버지. 그간 말못할 어려움이 있었을 선배와 그의 가족에 대한 애도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인에게 절을 하고,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시간이 지나면 더 괜찮아 지실거에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대사를 했다.


'도대체 네가 뭘 알아서.' 자식 뻘의 아들 후배에게 이런 말을 들은게 당황스러울 수 있으니 곧 뒤이어 "저희 아버지도 암으로 투병하시다 작년에 돌아가셨어요."하고 덧붙였다. 아마 소식을 몰랐을 선배와 그의 어머니는 멈칫하셨다. 도대체 내가 여기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싶었다.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 앞에서 자기푸념이라도 하는건가.


상주의 자리에만 서 있다 조문객으로 가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식장이란 장소는 너무 익숙한데, 분위기는 아무래도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연거푸 생수 한통을 비우곤 장례식장을 나섰다.


몇 년 간을 나의 상복입은 모습만 본 지인들에게 나도 그렇게 어려운 사람이었을까 싶다. 사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고, 결국 상실은 스스로의 힘으로 치유할 수 밖에 없다. 때로는 침묵이 큰 위로가 된다. 나는 그걸 잘 안다. 그리고 그 고마움을 잊지않고 살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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