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이별 후에 오는 것들

by 랭보

가끔씩 이유없이 갑자기 복통이 일어날 때가 있다. 진짜 아픈것인지 그저 느낌일 뿐인지 구분은 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흉통인가. 가슴과 배 언저리가 찌릿하게 아파오는 경험. 화장실 간다고 해서 해소되거나, 약 먹는다고 완화되지 않는 통증. 나한테는 그런 증상이 '이별통'이다.


짧은 시간동안 원치않는 이별을 너무 많이 자주 했다. 매순간 이별의 고통이 몸과 마음에 하나 씩 새겨질 때마다 서서히 빛을 잃고 시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보통 어떤 이별과 다음의 이별 사이에 일정한 시간차가 존재하기 마련이겠지만, 그 틈조차 허락되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영화처럼. 비극영화 말이다. 나에겐 단 하나의 이별도 제대로 치유하고 애도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이별이 급습해왔다.


어떤 이별 후에는 처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별은 그저 유행가 노래처럼 감상적인 감정에 빠져 눈시울을 붉히는 정도의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감정을 추스리고 새 삶을 도모하는 것은 맨 뒷전의 일이다. 꽤 많은 것들을 일상적으로, 제자리로 돌려놓는데,(돌려지지 않는 것들은 시간을 두고 마냥 기다린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모든게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완료시점은 알 수 없다.


세상에는 서로 보지 말자고 약속하고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가는 것,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이별을 고하는 것 등. 가령 연인과의 이별 같은 것 말이다. 사람들은 그런 걸 아름다운 이별이라 부르나보다. 궁극적으로 해피엔딩을 향해가는 것이니까. 그 정도의 이별은 가벼이 웃어넘길 수 있을 만큼 많이 단단해졌다. 만약 또 다시 사랑을 하고 이별한다 해도 몇달 앓긴 하겠지만, 머지않아 다시 웃게 될 것같다. 자기 과신인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어떤 이별은 매순간 잠복해 있다가 가슴과 복부 언저리 어디쯤에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 통증을 유발한다. 신체적 증상인 듯하다가도 심리적 통증인것 같다. 비가오는 날이든, 하늘이 흐리든, 볕이 쨍쨍하든 그런거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 이미 이 세상에 없으니 다시 볼수도, 만날 수도 없는데 얼마의 시간이 지난 것과는 상관없이 바로 그 때 그 원점으로 돌아간다. 미련한 짓인 줄 알면서도 이미 이 세상사람이 아닌 존재를 원망하고, 그리워하고 그 흔적을 찾는다. 이 이별의 끝이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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