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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보 Dec 12. 2022

대학원 졸업했습니다

2년 하고도 6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석사학위 수여하던 날

제가 학부에 입학했던 해가 무려 2004년, 학부 졸업이 2010년이니 학부 졸업 이후 12년 만에 석사학위 취득이란 소소한 성과를 내게 되었습니다. 종이장에 불과한 학위지만, 그래도 올 한 해 무엇이 제일 기억에 남는가 물었을 땐 석사학위 취득인 것 같습니다. 10년 차 직장인이 다시 일반대학원에 들어간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참 평범하지 않은 결정이긴 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올해 최소 졸업 요구 학기인 5학기를 휴식 없이 풀로 채우고, 22년 8월 무사히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졸업논문도 지체 없이 썼고요. 회사 일이랑 병행하다 보니 일에 쫓기면 어쩔 수 없이 수료생 신분으로 논문 연구를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학위과정 중간에 운 좋게 직장에서 승진을 하게 되었거든요. 아시다시피 회사에서 뭐 한 직급 올라간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요. 그냥 월급이 아주 쥐꼬리만큼 오르고, 그에 비해 업무부담은 상당히 과중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직급이 하나 더 올라가니, 보는 눈도 많아지는 것 같은 생각에 대학원에 다니면서 회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눈칫밥이야 먹으면 그만인데, 하기 싫은 일(!)인 논문이 마지막까지 골칫덩어리였습니다. 쓰지 않으면 무한정 대학원 낭인이 될 수밖에 없으니 미루는 것에도 한계가 있지요. 저는 미루면 병이 되는 성마른 성격의 소유자인지라, 이 성격이 적어도 학위과정에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몸과 마음을 갉아먹어가면서 졸업학기에 딱 맞추어 논문까지 완료했습니다. 교수님의 격려와 함께 연구실에 있는 박사 선생님들 덕분에 학회지 등재도 하고요. 덕분에 올 한 해 노화가 극심해지면서 한층 낡은이에 가까워졌네요. 학회지 실리면 좋은 거라던데 저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현재는) 박사 할 생각이 없어서 비루한 제 석사 연구논문이 학회지에 실린 게 맞는지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학위수여식이었습니다. 마흔을 코앞에 둔 딸의 학위수여식에 가족들을 초대해 신나게 사진셔터를 눌렸더랬죠. 학위 가운을 입고 학사모를 엄마에게 씌워드렸는데, 약간 눈시울도 시큰해지는 게 살짝 감동을 받으신 모습이었습니다. 그간 회사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투덜대고 성질을 부리는 걸 다 받아준 일등공신이 엄마입니다. 누굴 닮았는지 가만히 쉬지 못하는 딸 성격을 너무 잘 아는지라, 대학원에 들어가서 사서 고생을 자처한 것이니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거든요. '이제 더 이상 공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제발 좀 놀아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학위수여식은 한창 여름이었던, 8월 말이었지만, 겨울이 되어서야 지난여름을 떠올리게 되는 걸 보니 그간 축적된 피로가 12월이 다 되어서야 겨우 풀린 건가 생각이 듭니다. 이제야 학위 수여 후기를 쓰는 이유입니다. 직장인이 학업과 일을 병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밤이 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가면 대학원에 갈 거냐는 물음엔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남은 올해는 별생각 없이 소소하게 유유자적하며 지내보려고 합니다. 2022년도 이제 딱 한 달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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