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까 발레수업 40회차를 수강했습니다
불혹을 앞두고, 발레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발레리나에 대한 환상? 우아하고 고운자태, 거기에 더해지는 발레복과 토슈즈의 로망같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평소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운동을 하다보니, 조금 빡센 운동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극강의 효율주의자인 저는 고강도 단시간 트레이닝을 즐기자 주의이고요. 운동하고 나서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땀으로 범벅이 되지 않으면 "그게 운동이냐?"를 몇년간 주장해왔지요. 그래선지 미리 스케줄을 빼놓고, 하루종일 시간을 내서 많은 돈을 소비하는 골프는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한때 몇년 간 크로스핏에 열광하기도 했구요.
제가 발레를 하고 싶었던 계기는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는 사무직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봤을 '거북목 증후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배우 강소라의 드라마틱한 교정효과가 발레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아 그래, 저거다. 발레를 꼭 한번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하지만 좀처럼 실행으로 옮기질 못하고 어영부영 몇년이 지나갔습니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시간이 없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뭔가 여전히 발레가 제대로 된 운동이 맞는지? 그냥 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탓이었어요.
그러다 배우 조여정이 발레, 현대무용을 메인으로 한 '탄츠플레이'라는 운동을 통해서 등근육 화보를 뽐내는 것이 한창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2016년이니 어언 8년 전인거 같은데, 저는 한창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에 막 입문해서 그 것에 빠져있던 때라, 등근육 쯤이야 풀업(pull up)으로 금방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그렇게 발레 입문과는 또 멀어지고 맙니다. 종종 집이나 회사근처에 새로 오픈하는 발레 교습소가 생기면 회원권 가격을 알아보러 다니긴 했지만, 선듯 손이 나가진 않더라구요. 비싼 가격이 가장 큰 허들이었고, 스케줄을 맞추는게 쉽지 않았던게 두번째 이유였습니다.
물건보다는 경험에 돈을 쓰는 사람인지라 명품백은 없어도, 운동 배우는데 명품백 값을 태워본 적이 있는 저이지만 발레 학원의 회원권 값은 여전히 상당한 허들이더라구요. 그러다가 작년 여름, 우연한 계기에 다시 '발레'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아주 합리적이고 싼 가격에 오픈 2주년 기념 회원권 행사를 하는 성인 대상 취미발레 전문센터의 파격적인 행사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날로 바로 1년 회원권 결제를 하고 지금 벌써 5개월 째 40회째 수업을 마친...발레 입문자가 되었습니다.
운동은 장비빨이라지만, 여태 나이키 티셔츠에 레깅스를 입고, 무례한 자세로 토슈즈만 달랑 챙긴채 수업을 들어왔습니다. 쉬폰소재의 나풀거리는 치마와 타이즈가 사실 제 타입은 좀 아니거든요. 그런데 새해 기념, 발레수업 40회 종료 기념으로 어렴풋이, 아마도 계속 앞으로도 이 운동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타이즈와 레오타드도 구입하였습니다. 마지막 30대를 발레로 불태워보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다져봅니다. 또 언제 시들해져서 그만둘지 모르지만, 아직 1월이니 선전포고용으로 남겨두면 약속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