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교실은 늘 활기차다. 3월의 1학년 교실은 활기참을 넘어서 험난의 경지에 이를 때도 많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시공간이 분리됨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아이를 낳고 내 아이들이 유아기를 보내고 있을 때 1학년 담임을 처음 맡게 된 것은 그야말로 은혜였다. 우리 집에도 천둥벌거숭이 같은 비슷한 아이들이 있기에 그 ‘정글’에서 살아남기는 한결 수월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 쯤 되어 가던 어느 날. 둥근 모양의 꽃 리스 밑그림에 알록달록 색을 칠하고, 둥근 색종이로 새를 접어 꾸미는 활동을 하는 수업시간 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삼분의 일 정도 해나가고 있을 즈음 한 아이가 벌써 다 했다고 한다. 나는야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다는 1n년차 교사. 대게 이런 친구들은 대충 쓱쓱 칠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꼼꼼히 칠하라며 되돌려 보내려는 수를 생각하고, 마스크 안으로 친절한 미소를 장착한 뒤 걸어 나오는 아이를 마주했다. 아이가 해 놓은 것을 보니 넓은 면도 쓱쓱 잘 칠해지는 질감의 색칠 도구 때문인지 꼼꼼하게 더 칠하라는 말로 돌려보낼 수 없을 만큼 꼼꼼하게 칠했다.
어쩔까 고민하던 나는 마침 잘 됐다며 우리 준서가 선생님을 좀 도와주면 되겠다고 말했다. 선생님이랑 같이 자투리 종이들과 비닐을 모아 분리수거를 하자고 했다. 아이는 선뜻 기쁜 마음으로 교실 뒤편의 분리수거함에 종이 조각을 넣으며 말한다.
“근데 저희 아빠가 그러는데요,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래요.”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렸다. 아이는 선생님이 왜 이렇게 웃음이 터졌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준다는 것. 그 마음으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제한하고, 내가 대신해버렸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앞으로는 아이가 해보겠다고 할 때, 도와주겠다고 할 때, 뒷감당이 일로 여겨져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말하지 않는 선생님, 그리고 엄마가 되어야겠다.